식당 쪼개고…PC방들은 흡연부스 공동구매
식당 쪼개고…PC방들은 흡연부스 공동구매
서울 신도림동에서 2층짜리 식당을 운영 중인 김모씨. 그는 요즘 2층 매장을 분리해 아예 다른 가게를 열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에 머리가 복잡하다. 다음달부터 음식점 금연 단속이 본격화되면 ‘흡연 단골’들이 떨어져 나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김씨의 식당 규모는 1층과 2층을 합쳐 198㎡. 음식점 금연구역 기준인 150㎡(약 45평)를 넘는다. 그러나 1층과 2층을 쪼개 다른 가게로 등록하면 각 가게의 크기가 150㎡보다 작아져 식당 내 흡연이 가능해진다.

보건복지부가 다음달 1일부터 음식점과 호프집 등에 대한 대대적인 금연 단속을 벌이기로 함에 따라 업주들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가뜩이나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흡연 규제로 손님들의 발길이 더 뜸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책 중 하나가 ‘가게 쪼개기’다. 150㎡ 이하 음식점이나 호프집은 2015년 1월까지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실제 서울 회기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는 지난 5월 매장을 분리해 두 개의 식당으로 만들었다. 168㎡짜리 매장을 90㎡와 78㎡로 나눠 금연법 적용을 피한 것이다. 박씨는 “매장을 분리할까 고민하던 차에 금연 단속 얘기가 나와 빨리 결정했다”고 말했다. 흡연 손님을 받기 위한 것이다. 서울에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업주는 “부부가 101호, 102호 두 개의 매장을 각각 명의로 계약한 뒤 벽을 뚫어 금연 단속에 대처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주방은 하나만 두고 각각의 매장에서 술과 안주를 파는 방식이다.

커피전문점과 PC방 업주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안국동의 한 커피전문점 사장은 “복지부 눈치보기 싫어 당장 흡연실을 없애고 싶지만 매출의 3분의 1가량이 흡연실 이용 고객으로부터 나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실내에 흡연구역 설치가 가능한 PC방의 경우는 별도의 흡연실을 설치하는 곳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PC방 흡연부스 주문량이 6월에만 두세 배 늘었다”고 전했다. PC방 손님의 상당수가 흡연자이기 때문이다. 업주 여럿이 돈을 모아 흡연부스 공동구매를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소형 점포에 비해 대형 점포 권리금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50㎡가 넘는 서울시내 음식점의 평균 권리금은 지난해 6월 1억7387만원에서 이달 1억5402만원으로, 1년 만에 2000만원가량 하락했다. 반면 150㎡ 이하 음식점의 평균 권리금은 같은 기간 1억3156만원에서 1억3022만원으로 소폭 하락해 큰 변화가 없었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150㎡를 기준으로 대형 매장의 권리금은 하락폭이 크고 소형 권리금은 1년 전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같은 음식점이라도 흡연 허용 여부에 따라 권리금이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