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종류의 공공재에 얼마나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지를 결정할 때는 비용·편익분석 기법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비용·편익분석의 핵심은 공공재 공급의 ‘비용(cost)과 편익(benefit)을 다방면으로 따져 이익이면 실행하고 손해면 실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가 한 어촌마을에 공공재의 성격을 지니는 등대를 설치한다고 가정하자. 이 마을에는 박씨와 최씨 단 두 가구만 살고 있다. 고기를 더 많이 잡는 김씨는 등대를 설치할 경우 500만원의 편익을 누린다고 생각하고, 김씨보다 고기를 덜 잡는 이씨는 400만원의 편익을 누린다고 느낀다. 등대의 설치비용은 1000만원이다. 설치비용 1000만원은 두 가구 편익의 합 900만원보다 많다. 즉, 등대 설치는 사회적으로 비효율적이어서 실행하지 않는 것이 옳다.

하지만 이런 비용·편익분석에는 허점이 많다. 공공재를 통해 국민들이 얻는 편익을 정확하게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등대는 어선들뿐만 아니라 인근 바다를 지나는 다른 선박들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박씨와 최씨를 상대로 설문조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안전과 생명이라는 무형의 가격이 빠져 있어서다. 생명의 가치를 포함해 편익에 대한 설문조사를 광범위하게 실시할 경우 등대의 가치는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만약 배를 타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생명 가치가 무한하다고 생각한다면 모든 항구에 등대가 설치돼야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산의 제약성 때문이다. 일정 수준의 위험 감수는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