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만 해도 그런대로 건설현장 일거리를 구했는데, 올 들어서는 1주일에 절반이 ‘공치는 날(일감 못 구한 날)’입니다. 월세와 생활비 걱정에 가슴이 답답합니다.”(서울 홍제동 50대 건설노동자)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노동자들의 삶도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추정하는 건설 인력은 175만~178만명 선이다. 전체 인력 수는 최근 3년간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건설인력시장에서 느끼는 체감경기 악화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게 현장 노동자들의 설명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국내 건설 수주 급감의 파급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앞으로 5년간 12만6000명의 취업자가 감소할 전망이다. 연구원은 기능직 종사자(3만9000명), 단순 노무자(1만8000명), 장치·기계 조작직(1만6000명) 순으로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인력업계 관계자는 “4대강 사업과 세종시 건설사업 등 초대형 국책사업이 마무리되면서 공공공사 물량이 감소한 데다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로 건설노동자들의 생활이 호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건설업체(하도급업체)들도 원가 절감 압박이 심해지면서 국내 인력보다 외국인 노동자를 선호하는 바람에 국내 노동자들의 일감 잡기는 더 힘들어지고 있다. 목공 철근공 등 내국인 기능직은 일당이 15만원 선인 데 비해 조선족은 12만원 수준이다. 서울 신림동 하나인력 관계자는 “내국인 기능공의 경우 작년까지는 매월 300만원 정도는 벌었는데 요즘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며 “건설노동자들의 생활 여건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감절벽’이 심화되면서 건설노동자들의 이직도 빠르게 늘고 있다. 건축·토목과 관계없는 농업 인테리어 축산 등으로 일자리를 옮기고 있다. 대리기사 등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건설현장 일거리가 생기면 나오는 ‘투잡형 근무’로 바꾼 노동자도 많아졌다.

반면 교통 여건이 좋지 않은 산간지방의 도로·터널·댐·전기공사 현장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건설업체인 상일토건 박창수 과장은 “도시에서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지만 지방 내륙지역 등에서는 기능공 부족이 심각하다”며 “지역별 수급 불일치를 해결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보형/김진수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