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첨단기술의 요람인 실리콘밸리와 신선야채의 주생산지인 살리나스밸리가 손을 잡았다고 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정보기술 기업들이 농업회사, 대학, 벤처캐피털 등과 함께 이른바 ‘스타인벡 이노베이션 클러스터’라는 연합체를 살리나스밸리에 창설했다. 농업에 최신 센서기술과 모바일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 농업’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벌써 살리나스밸리 농부들은 토양 센서를 활용해 아이패드로 땅의 습도를 모니터링하고, 다양한 기기로 채소의 이동경로별 오염원을 찾아내며, 농약 살포와 수확시기 판단을 위해 무인 드론을 검토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런 시도가 활발한 이유는 농업을 유망한 미래 사업으로 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인구가 2050년 90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데다 비만과의 전쟁 등으로 신선 농산물이 점점 더 주목받는 추세다. 이에 대비하려면 식량생산이 지금보다 두 배로 늘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투자의 귀재라는 짐 로저스마저 향후 30년간 농업이 가장 유망할 것이라며 지금부터 트랙터 운전법을 배우라고 충고할 정도다.

미국만 이러는 게 아니다. 세계 2위 농업수출국 네덜란드는 일찍부터 농업에 과학기술을 접목해 성공했다. 네덜란드에서는 “농업의 95%가 과학기술이고 나머지 5%가 노동”이라고 말한다. 화훼, 종자·종묘산업을 다 그렇게 해서 키워 낸 네덜란드다. 일본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008년부터 농업을 1차·2차·3차산업을 융합한 이른바 6차산업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그러나 정작 IT강국이라는 우리는 농업과 첨단기술의 접목, 농업의 6차산업화에서 걸음마 단계도 못 벗어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융합을 통한 농업의 첨단산업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말만 무성할 뿐 아직 손에 잡히는 건 없다. 기존 농업정책에 따른 기득권층의 반발도 큰 문제다. 여전히 농업 연구개발은 폐쇄적이기로 유명하고, 농민들 또한 새로운 투자에 저항하기 일쑤다. 첨단산업으로 질주하는 선진국 농업과 경쟁하려면 농업정책의 일대 변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