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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론] 제자리에 돌려놔야 할 하도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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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견기업도 수급사업자로 보호하는
    기괴한 규제 일색 개정 하도급법
    中企보호란 원래 법 취지 살려야"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제자리에 돌려놔야 할 하도급법
    사업자 간 거래의 공정성 문제는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하는 것이 원칙이다. 실제로 공정거래법은 제23조에서 사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 거래의 공정성 문제를 ‘하도급법’이란 특별법으로 규율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이 아니라 특별법인 하도급법을 제정한 이유는 바로 ‘중소기업’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하도급법은 일본의 하도급법을 모델로 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수급사업자의 범위에 ‘중견기업’까지 포함하도록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이 마련됐다. 이 개정안은 얼핏 보더라도 ‘중소기업’의 특별 보호라는 하도급법의 원래 목적에 위배됨을 알 수 있다. 한국 하도급법의 모델인 일본 하도급법도 중견기업을 수급사업자로 보지 않는다. 중견기업이 자신보다 더 큰 규모의 대기업에 납품하는 경우를 상정하더라도, 양자 간 거래의 공정성은 공정거래법으로 규율하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한국에서는 중소기업을 특별히 보호하기 위해 만든 하도급법으로 ‘중견기업’까지 보호하려는 것일까. 그 이유는 중견기업들이 자신을 수급사업자로 보호해 달라고 국회와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했고, 이런 요구가 정치권에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2012년 10월 중견기업연합회는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중견기업도 수급사업자 범위에 포함시켜 달라는 하도급법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도 아닌 중견기업이 자신을 하도급법상 수급사업자로 특별히 보호해 달라고 간절하게 요구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견기업연합회가 제시한 이유는 이렇다. 중견기업은 대기업과의 관계에서는 사실상 수급사업자와 비슷한 지위에 있고, 중소기업과의 관계에서는 원사업자의 지위에 있다. 즉 중견기업은 중소기업과의 관계에서는 자신들이 하도급법상 감당하기 어려운 규제를 받아야 하고, 대기업과의 관계에서는 하도급법상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심히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도급법은 애초에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고, 중견기업은 대기업과의 관계에서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얼마든지 보호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하도급법상 중견기업을 수급사업자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불공평한 것은 아니다.

    중견기업의 위와 같은 주장이 있기 이전인 2011년 정치권은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라는 깃발 아래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강력하게 원사업자를 규제할 수 있도록 하도급법을 개정했다. 이 때문에 원사업자의 지위에 있던 중견기업도 덩달아 강력한 규제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중견기업으로서는 자신은 대기업도 아닌데 왜 이토록 강력한 규제를 받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더욱이 지난 5월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2011년 하도급법 개정 때보다 원사업자를 더욱 강력하게 규제할 수 있도록 하도급법을 또다시 개정했다. 물론 중소기업을 불공정한 하도급 관행으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은 있지만, 개정 하도급법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기괴한 규제 조항이 수두룩하다. 이런 조항들은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에도 적용된다. 중견기업이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하도급법상 수급사업자의 지위를 인정받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중견기업이 자신들도 수급사업자로 보호해 달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이유는 원사업자를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옥죄는 하도급법 때문이다. 하도급법은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기 때문에 중견기업을 하도급법상 수급사업자로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중견기업을 수급사업자로 인정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 진짜 해결책은 중견기업이 수급사업자의 지위로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기괴한 규제를 담은 하도급법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것이다. 이것이 법리에도 맞고 사리에도 맞다. 그렇게 되면 중견기업도 하도급법상 수급사업자로 인정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할 필요도 없고, 이런 요구를 반영한 이상한 하도급법 개정도 필요없을 것이다.

    주진열 <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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