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회장, "셀트리온 인수 희망업체 많아…매각 속도 날 것"
지난 4월16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56·사진)이 공매도 대응에 지쳐 다국적 제약사에 자신의 보유지분을 모두 팔겠다는 ‘폭탄선언’을 한 이후 코스닥 대장주인 셀트리온 주가는 끝없이 추락했다. 2월27일 5만7900원 전 고점을 찍었던 주가는 매각 발표 뒤인 4월20일 2만6650원까지 떨어졌다. 두 달 동안 시가총액 2조4800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투자자는 물론 회사 임직원도 회사의 미래를 불안해했다.

이후 △거액의 주식담보대출건 △소액주주와의 채무문제 △허위 매출 및 분식회계 의혹 △해외 임상시험 중단설 의혹 등이 연이어 불거졌다.

사면초가에 몰린 서 회장은 “지난 10년간 1조5000억원을 쏟아부은 관절염치료제 ‘램시마’의 유럽의약품청(EMA) 판매 허가만 나오면 모든 의혹이 풀릴 것”이라며 칩거에 들어갔다.

◆“한국이 바이오시밀러 종주국”

그로부터 75일 만인 지난 28일. 셀트리온은 EMA에서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에 대한 최종 판매승인을 받았다.

일체의 외부활동을 중단하고 송도 관사에 칩거해 온 서 회장은 승인 발표 직후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간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서 회장은 램시마 EMA 승인 신청건을 ‘일생을 건 승부’였다고 표현했다. 그는 “(셀트리온 주식 매각) 발표 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고 술도 입에 대지 않았다”며 “(송도)관사에서 (어떻게 하면 셀트리온을 살릴까 하는) 깊은 생각에 빠져 살았다”고 운을 떼었다.

그는 이번 승인과 관련, “제네릭(화학 복제약)은 30억~40억원만 들이면 개발할 수 있지만 항체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10년간 시설에 7000억원, 제품 개발에 7000억~8000억원을 투자해 성공시킨 것”이라며 “진입 장벽이 높아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우리가 개척해 성공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유럽 27개국 중 단 한 곳의 반대도 있어선 안되는데 그걸 우리가 해냈다”며 “바이오시밀러라는 산업의 문을 한국기업이 열었고 우리가 이 산업에서 종주국이 됐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 매각 주관사인 JP모건 쪽에서 진척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접촉한 회사는 없는 것으로 알지만 (램시마의) 유럽 승인이 난 만큼 속도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유통망을 갖춘 더 좋은 회사가 셀트리온과 결합한다면 분명히 더 큰 시너지를 내게 될 것”이라며 “셀트리온을 원하는 업체가 많기 때문에 (인수 업체가) 안 나올 확률은 0%”라고 말했다.

◆“외부활동 나서겠다”

서 회장은 램시마의 유럽승인이 마무리된 만큼 조만간 외부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 회장은 “유럽 허가를 받은 뒤 완성품 형태로(글로벌 회사에) 넘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이제부터 매각이 본격화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 상황과 관련해서는 “(회사에 공매도라는) 쓰나미가 덮쳤고 회사가 침수돼 허우적거렸던 3개월이었다”며 “이제야 물이 빠지고 복구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취와 관련해서는 “7월 중순까지 복구 작업을 마무리하고 (기자 간담회나 대외협상, 신제품 개발 등의) 외부활동에도 다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램시마 유럽 승인이 발표된 지난 28일 셀트리온 주가는 7일째 상승하면서 전날보다 6.7%(2650원) 오른 4만1800원에 마감했다.

램시마 어떤 제품 관절염 치료제…8조원 '레미케이드' 시장 대체가능


서정진 회장, "셀트리온 인수 희망업체 많아…매각 속도 날 것"
셀트리온이 개발한 세계 첫 항체바이오시밀러 ‘램시마(Remsima·사진)’는 미국 존슨앤드존슨사의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레미케이드’를 본떠 만든 복제약이다.

레미케이드는 관절염을 유발하는 유해 세포만 절묘하게 없애버리는 약효 때문에 해마다 매출이 늘고 있다. 출시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단일 품목으로 세계 최고 매출을 기록하는 의약품 ‘톱10’에 들어간다. 지난해에만 8조원어치가 팔렸다.

판권은 존슨앤드존슨의 모그룹인 얀센이 갖고 있다.

램시마는 레미케이드를 복제한 제품이다. 화학물질이 아닌 단백질로 만들었다는 점이 다른 복제약과 다르다. 인체 또는 동물의 유전자에서 추출한 항체 단백질로 몸속에 있는 병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무력화한다. 특정 단백질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화학복제약보다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램시마는 지난해 7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를 받고 11월부터 주사용 약물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램시마(100㎎)의 가격은 현재 37만892원으로 오리지널인 레미케이드보다 2만원가량 저렴하다. 앞서 글로벌 임상(20여개국 856명 대상) 비교를 통해 △무릎이나 손가락 등 관절의 영구적 손상을 일으키는 류머티즘성 관절염 △허리가 뻣뻣하게 굳어가는 강직성 척추염 △대장에 염증과 상처가 발생해 일상생활이 힘든 궤양성 대장염 △어린이의 성장 장애를 동반하는 소아 크론병 △피부병 건선 등에서 레미케이드와 똑같은 효능을 낸다는 판정을 받았다.

■ 항체 바이오시밀러

특허 기간이 끝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본떠 만든 의약품이다. 오리지널과 100% 똑같지 않아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시밀러’라는 이름이 붙었다. 화학적인 성분을 그대로 복사해 만들 수 있는 화학의약품 복제약(제네릭)과 달리 동물 등에서 추출한 살아 있는 항체단백질 세포 등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복잡하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