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언급 회피…"정도 차이 있으나 정보수집은 통상적"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한국과 일본 등의 주미대사관을 대상으로 도청 등 정보수집 활동을 벌였다는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의 보도와 관련, 주미 한국대사관은 극도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정보수집 타깃이 됐다는 게 반가운 소식은 아니지만 사실관계가 최종 확인되지 않은데다 동맹국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주미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가디언의 보도는 정상적인 경로가 아니라 폭로에 의해 나온 것이기 때문에 외교 당국이 이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우리 대사관이 지목됐다고 해도 공식 반응이 나올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익명의 당국자도 "일부 언론이 보도한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 공식 대응할 수는 없다"면서 "특히 이번 사안이 극도로 민감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그는 "주미대사관에서 내부적으로 NSA의 도청이나 정보수집 활동과 관련해 파악하고 있는 것은 없는 걸로 안다"면서 "이미 3년 가까이 지난 문건이어서 확인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DC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정보수집 활동이 지나친 게 아니냐는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국가안보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유럽연합(EU) 본부 건물과 우방의 대사관까지 도청하는 것은 통상적인 정보활동의 선을 넘어선 것으로, 정확한 사태 파악과 함께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각국 정보기관이 자국 주재 외국 공관들을 상대로 정보수집 활동을 벌이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을 내놨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어느 나라든 정보기관이 외국 외교관들을 감시하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고유의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지적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폭로된 국가기밀에 대해서는 각국이 이른바 `묻지도 답하지도 말라'(Don't Ask Don't Tell)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다"면서 "어느 나라든 그런 활동을 하고 있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특파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