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구전략·中 신용경색·日 아베노믹스…글로벌 정책 변수에 재테크 시장 '시계 제로'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가시화, 중국의 신용경색 우려, 아베노믹스의 향배….

요즘 투자자들은 글로벌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을 짓누르는 해외 변수들로 인해 주식·채권·환율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올해 하반기 채권 매입 규모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년 중반에는 3차 양적완화(QE3)를 완전히 중단할 수 있다”며 출구전략을 공식화한 뒤 주식·채권·원화 값이 급등락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버냉키 쇼크’의 충격파는 상당히 컸다. 코스피지수가 급락해 한때 1800선이 무너졌고, 국고채 금리도 연중 최고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작년 7월26일(1146원90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발 신용경색 우려는 일단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달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현금 부족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최근 일부 금융회사에 유동성을 공급해 왔다”고 진화에 나선 효과다. 인민은행은 아울러 “(지난달 21일까지) 중국 은행권이 갖고 있는 지급준비금이 1조5000억위안(약 280조원)에 이른다”고도 했다. 그동안 시장에선 중국발 신용경색이 심각한 후폭풍을 몰고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중앙은행이 나서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美 출구전략·中 신용경색·日 아베노믹스…글로벌 정책 변수에 재테크 시장 '시계 제로'
아베노믹스의 향배도 투자전략을 세우는 데 고려해야 할 변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닛케이225지수가 최근 약 20% 하락했지만, 일본 경제에 대한 낙관이 이를 상쇄하며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이 여전히 일본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고 최근 분석했다. 아베노믹스로 요약되는 예측 가능한 경제 정책과 기업 성과 개선 등에 따른 투자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다. 다만 아베노믹스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없지 않다. 일본계 투자회사인 NLI리서치인스티튜트의 야지마 야스히데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5월 목격한 매도세는 바로 투자자들이 아베노믹스에 싫증이 났음을 의미한다”며 “이들은 호시탐탐 일본 시장에서 빠져나갈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최근 들어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투자자들로서는 ‘시계 제로(0)’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버냉키 충격’이 시장에 단기적으로 반영된 이후 주식에 추가로 투자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국내 증시 이탈이 일단 어느 정도는 진정된 게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놓는다. 특히 버냉키 의장이 비교적 분명한 양적완화 축소 일정을 내놓았기 때문에 충격은 오히려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용구 대신증권 상품컨설팅부 부장은 “주식 채권 환율 등 모든 자산이 약세권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일부 자산을 현금화해 유동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증시의 불확실성이 클 때는 △롱쇼트 펀드(가격이 오를 것 같은 종목을 매수하고 내릴 것 같은 종목을 공매도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 △지주형 주가연계증권(ELS) △금 등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 △달러 표시 한국기업채권 △북미지역 고위험·고수익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 등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여파로 5년째 하락세를 보여온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29개월 만에 오른 것도 주목해야 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5일부터 일부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인상했다. 2년5개월 만이다. 예금금리 기준으로 사용되는 금융채(은행채 AAA)의 장기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예금 생활자들은 조금이나마 금리 상승 덕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4월 말 기준 전체 은행 정기예금잔액이 약 572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예금금리가 평균 0.5%포인트 오르면 전체 이자수입은 2조8600억원 정도 증가한다. 장준영 외환은행 반포퍼스티지WM센터 PB영업팀장은 “만기가 긴 예금부터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큰 점을 고려해 장기 상품 위주의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대출자들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변동금리로 대출받은 사람들이 더 그렇다. 대출은 가능하면 빨리 고정금리로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