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터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회고전을 여는 일본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가 작품 앞에서 양 팔을 펼쳐보이고 있다. 플라토 제공
4일부터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회고전을 여는 일본 팝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가 작품 앞에서 양 팔을 펼쳐보이고 있다. 플라토 제공
“나는 하위문화에서 호평받는 사람은 아니다. 일본 망가(만화)의 표피적인 측면만을 서양문화와 결합시켜 전 세계에 거짓말만 유포하는 사람으로 혹평받고 있다.”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3일부터 열리는 회고전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 개막식 참석차 내한한 일본의 세계적인 팝 아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51)가 꺼낸 말은 의외였다. 일부 대중은 아직 자신의 속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일본의 전통미술과 대중문화를 바탕으로 ‘모든 것을 평편하게 만들어버린다’는 의미의 ‘수퍼플랫(초평면)’이라는 개념을 제안, 서구 중심의 현대미술을 아시아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서구 아방가르드 미술이 판치던 1970년대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몰입하는 일본의 오타쿠(마니아)적 하위문화에 에도시대 우키에요(채색 목판화)의 전통을 접목해 독특한 조형세계를 만들어냈다.

그는 “예전에는 종교와 예술이 가까운 관계로 통합돼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세분화, 전문화돼 예술이 더 이상 종교적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됐다”고 아쉬워한다. 예술을 통한 마음의 치유가 자신의 목적이며 바로 이것이 수퍼플랫 세계 탄생의 기폭제가 됐다는 것. 서구문화를 추종하는 주류 문화보다는 평면적 조형에 바탕을 둔 일본 하위문화의 만화적 상상력이야말로 일본성을 더욱 적절히 펼쳐낼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12월28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고전에는 그의 회화, 조각, 비디오, 풍선, 커튼 등 모두 39점이 출품된다.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한데 모아 만들어낸 ‘미스 코코’, 미키 마우스를 연상시키는 ‘미스터 도브(Mr. DOB)’ 등 대표적 캐릭터와 함박웃음 짓는 꽃들을 평면적으로 표현한 ‘수퍼플랫 플라워’ 등 그의 수퍼플랫 개념이 반영된 작품들이 선보인다.

출품작에 대해 그는 “예전의 작업은 동양과 서양의 문화를 대비시키면서 자본주의 경제 안에서 이뤄지는 예술의 머니게임 같은 단면을 묘사했지만 최근의 작업은 개인 혹은 인간의 본질적인 측면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 값(웬만한 작품 한 점에 100만달러)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 자신을 ‘거액의 예산으로 3년 정도의 긴 시간을 들여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는 영화감독’에 비유하며 이해를 구했다. 작품 값을 작가 임의로 조정할 수 없는 시장 여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작품은 대중과 공유하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는 만큼 “최근에는 작품 가격을 조정하려는 노력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을 성공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욕구”라고 규정하고 그 점에서 “자신은 성공한 사람이지만 성공에 대한 만족도는 10%밖에 되지 않는다”며 멋쩍게 웃는다.

4일에는 작가와의 대화가 예정돼 있고 세 차례의 강연도 열린다. 1577-7595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