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라면·비빔면 되살린 '네티즌의 입'

오뚜기 ‘참깨라면’의 올해 판매량(1~5월)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0% 늘었다. 팔도의 ‘비빔면’은 출시 29년 만에 올해 가장 두드러진 판매 증가율을 나타냈다. 두 상품은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인기가 치솟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비자들의 호평이 입과 인터넷 등으로 이어지는 ‘입소문’이 판매 급증의 비밀이다. ‘구전(口傳)효과’는 수십년간 고착됐던 라면 시장의 질서를 단번에 뒤집어놓는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구전의 힘

올초 TV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된 ‘짜파구리’는 라면 시장의 강자인 농심의 위상을 더 높여줬다. 이 회사 제품인 ‘너구리’와 ‘짜파게티’를 섞어 만든 요리인 짜파구리가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 두 제품의 판매가 크게 늘었다. 작년 말 60.0% 수준이었던 농심의 시장점유율(AC닐슨 판매량 기준)은 지난 2월 말 65.5%까지 치솟았다. 구전효과의 힘이다.

오뚜기의 ‘참깨라면’과 팔도의 ‘비빔면’도 입소문을 바탕으로 판매가 늘었다. 참깨라면은 올 들어 5월 말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세 배나 판매가 늘었다. 1994년 출시된 뒤 이 같은 매출 증가율은 처음 있는 일이다. 비빔면도 약진 중이다. 올 상반기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비빔면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3% 늘었다.

참깨라면과 비빔면의 판매 증가 역시 입소문에 힘입은 것이다. 참깨라면의 경우 작년 하반기부터 ‘고소한 맛이 독특하다’는 소문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졌다. 비빔면은 골뱅이 등을 넣어 먹는 여러 요리법이 개발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6만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인터넷 라면 동호회 ‘라면천국’의 최용민 회장은 “마니아들 사이에 ‘괜찮다’는 말이 돌면 5~6개월 후 시장에서 반응이 온다”며 “풀무원 ‘꽃게짬뽕’ 역시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짬뽕 국물 맛이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출시된 지 1년 만에 시장에 안착했다”고 설명했다.

◆점유율도 입소문이 결정

라면 시장에 나타나는 구전효과의 특징은 짧은 시간에 강한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재환 제일기획 캠페인팀장은 “정보기술(IT)이나 금융상품 등 내용이 어려운 상품과 달리 라면 같은 제품은 소비자가 쉽게 평가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며 “제품에 대한 인식이 바이러스처럼 전염되는 성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라면 시장의 주도권은 사실상 ‘입소문’이 갖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짜파구리의 위세로 65%대까지 치솟았던 농심의 점유율은 지난 5월 61%로 내려앉았다. 구전효과로 판매가 늘어난 오뚜기는 올들어 사상 처음으로 15%대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팔도도 점유율이 지난 1월 5.7%에서 5월 9.5%로 상승했다. 라면 시장의 절대강자인 농심을 울리고 웃긴 것도, 수십년째 정체됐던 오뚜기와 팔도를 잠에서 깨운 것도 입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팀장은 “입소문은 좋은 것뿐만 아니라 나쁜 것도 빠르게 퍼뜨린다”며 “맛과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입소문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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