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SK하이닉스 흔들기?…외국계 리포트에 시총 2조 날아가
삼성전자에 이어 이번엔 SK하이닉스가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에 휘청거렸다. 프랑스계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이 주가 상승 여력이 없다며 ‘매도’ 투자의견을 제시하면서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1조9028억원이 날아갔다.

SK하이닉스는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2750원(8.72%) 급락한 2만8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 주가가 9% 가까이 떨어진 것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시장이 패닉 상태였던 2011년 8월 이후 1년11개월 만이다.

주가가 출렁인 것은 CLSA의 매도 보고서 탓이다. 이 증권사는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올 3분기 정점을 찍고 4분기부터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투자의견을 ‘매도’로 낮췄다. 목표주가는 전일 SK하이닉스 종가(3만1550원)보다 낮은 3만1000원을 제시했다.

맷 에반스 CLSA 애널리스트는 “최근 SK하이닉스 주가 상승을 뒷받침한 PC D램 가격이 8월 1.75달러로 최고점을 찍고 서서히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 2분기와 3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각각 1조원 안팎에 다다른 뒤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분기당 16%씩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내년에는 영업이익이 2조7210억원으로 시장 예상치(3조6510억원)를 1조원 가까이 밑돌 것으로 봤다.

이런 우려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국내 증권사들도 실적 상승세가 2분기나 3분기쯤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이미 진단한 바 있다. 그럼에도 파급력이 컸던 것은 ‘매도’란 자극적 의견을 제시한 데다 시장이 우려하고 있는 올 4분기 이후를 지나치게 어둡게 본 탓이다.

임돌이 신영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기대가 너무 커졌기 때문에 한 타이밍 쉬고 갈 때도 됐다”며 “CLSA 보고서는 이 같은 투자자들 심리에 불을 댕긴 것”으로 진단했다. 너무 오른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생기던 시점에 투자자들이 우려했던 보고서가 나왔을 뿐이지 새로울 것은 없다는 얘기다. 송종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CLSA가 부정적 의견을 낸 주된 근거인 내년 실적은 사실 전망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때와 달리 외국인이 ‘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가 회복이 이른 시일 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외국인은 이날 200만주 이상을 순매수하는 등 최근 6거래일 연속 SK하이닉스에 대해 ‘사자’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오히려 국내 기관이 이날 266만여주를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지난달 말 호주계 맥쿼리증권이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4만3000원으로 올리는 등 외국계 증권사들 사이에서도 주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71포인트(0.04%) 내린 1855.02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83억원과 196억원어치를 순매수했고, 개인은 60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