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항과 배후 산업단지의 모습.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제공
로테르담항과 배후 산업단지의 모습.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제공
지난달 26일 찾은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산업단지에 있는 ‘콘티넨탈주스’. 공장 입구엔 나흘 전 브라질에서 수확한 오렌지를 가득 실은 트럭 10여대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이 오렌지는 최신식 창고 안에서 숙성 과정을 거친 뒤 주스로 만들어진다.

유럽 최대 항만이자 관문인 로테르담항엔 오렌지, 바나나와 같이 유통기한이 짧은 농산물이 들어와 가공 과정을 거쳐 유럽 전역으로 퍼진다. 로테르담항 주변 오렌지 가공 공장들은 유럽 오렌지 주스 소비량의 60%를 생산한다. 기후적 여건 때문에 오렌지를 생산할 수 없는 네덜란드가 ‘오렌지의 나라’로 불리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상희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항만운영·기술연구실장은 “배후에 있는 물류단지를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로테르담항만청은 1990년대부터 항만 배후단지를 적극적으로 개발, 제품 조립·가공·라벨링 등을 통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힘을 쏟았다. 닉 우예바 로테르담항만청 물류담당 매니저는 “국가가 정책적으로 외국인에게 저렴한 임대료를 책정하고, 최장 6개월 동안 관세 및 부가세를 유예해주는 등 배후 기업 유치에 오래전부터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로테르담항 배후단지에는 석유·화학 자동차 부품, 전자 제품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도 있다. 특히 세계적인 에너지기업 엑슨모빌·로열더치셀 등이 들어서 있는 석유·화학단지는 유럽 최대 규모다.

로테르담항의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부산항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에 따르면 2011년 로테르담항 인근 물류단지의 부가가치 창출액은 130억5700만유로이고, 고용인원은 8만9000명에 달했다. 2005년 KMI 조사에서 부산항의 부가가치 총액은 로테르담항의 8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벨기에 앤트워프항에는 자동차 도색작업, 에어컨 연결 등을 하는 하청 공장이 수십 곳에 달하고, 프랑스에서 생산된 물에 ‘에비앙’이란 라벨을 붙여서 판매한다.

컨테이너 물동량 기준 세계 5위 항만인 부산항의 배후 물류단지는 어떨까. 총 670만㎡ 규모로 조성 중인 ‘부산 신항 배후 물류부지’는 현재 1차로 ‘북 컨테이너 배후단지’가 2010년 완공됐지만 입주한 업체는 30여곳에 불과하다.

로테르담·앤트워프=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