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크로아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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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오스만 제국을 물리친 루이 14세가 파리에서 동맹군들의 승전 퍼레이드를 지켜보다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저게 뭔가?” “크로아트(Croat·크로아티아인)입니다.” “음, 크로아트라…” 크로아티아 정예병들의 목에 걸린 화려한 천 조각이 궁금했던 것이다. 여인들이 무사귀환을 빌며 달아준 장방형의 이 천은 이때부터 크라바트(넥타이의 프랑스어)로 불렸고 이후 세계인의 패션코드가 됐다.
‘아드리아해의 진주’로 불리는 크로아티아는 넥타이뿐만 아니라 낙하산과 펜의 발명국이기도 하다. 낙하산은 1592년 파우스트 브란식이 만들었는데, 범선 돛에 우산살처럼 끈을 맨 것이었다. 만년필을 상용화한 게 미국의 워터맨으로 알려져 있지만, 발명자는 에두아르 펜칼라였다. 펜이라는 단어도 그의 이름에서 나왔다.
이렇듯 크로아티아에는 놀랄 만한 이야기가 많다. 인구 450여만명의 작은 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3명이나 나왔다.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도 이곳 출신이다. 영화 ‘101마리의 달마시안’에 나오는 개 달마티안 원산지는 아드리아 해안도시 달마티아다. 고급 와인까지 생산한다. 300년 역사의 트라미나츠 와인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대관식에 오른 명품이다.
우리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인구에 프로축구 클럽이 수백개나 되는 스포츠 천국이기도 하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4강에 진출했던 득점왕 슈케르 등 스타들이 많아 FIFA 랭킹 4위를 자랑한다. 2001 윔블던 테니스 우승자 고란 이바니셰비치의 고향은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궁전이 있는 세계문화유산 도시 스플리트다. 로마의 속주였던 곳이 황제를 배출한 것도 놀랍지만, 로마 이외에서 문화원형을 가장 잘 보존한 곳이어서 더욱 유명하다.
초승달 모양의 국토 전체가 ‘신의 선물’로 불릴 만큼 아름다워 관광휴양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관광업이 전체 산업의 70%에 육박하는 만큼 어디서든 영어가 통한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도 6개나 된다. 그 중 가장 인기있는 곳은 참나무숲이라는 뜻의 중세도시 두브로브니크다. 유고 내전으로 2000여발의 포탄 세례를 받았을 때 유럽 지성들이 인간띠를 만들어 지키고자 했던 바로 그 도시. 버나드 쇼가 “지상에서 낙원을 찾는다면 두브로브니크로 가라”고 했던 이곳은 골목길까지 대리석으로 단장돼 있다.
크로아티아가 어제 유럽연합(EU) 가입 신청 10년 만에 28번째 회원국이 됐다. 한때 ‘발칸의 화약고’로 불렸던 이곳에서 EU가(歌)인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가 울려퍼지는 걸 보면서 수많은 문인들이 입을 모았던 지상낙원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본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아드리아해의 진주’로 불리는 크로아티아는 넥타이뿐만 아니라 낙하산과 펜의 발명국이기도 하다. 낙하산은 1592년 파우스트 브란식이 만들었는데, 범선 돛에 우산살처럼 끈을 맨 것이었다. 만년필을 상용화한 게 미국의 워터맨으로 알려져 있지만, 발명자는 에두아르 펜칼라였다. 펜이라는 단어도 그의 이름에서 나왔다.
이렇듯 크로아티아에는 놀랄 만한 이야기가 많다. 인구 450여만명의 작은 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3명이나 나왔다.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도 이곳 출신이다. 영화 ‘101마리의 달마시안’에 나오는 개 달마티안 원산지는 아드리아 해안도시 달마티아다. 고급 와인까지 생산한다. 300년 역사의 트라미나츠 와인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대관식에 오른 명품이다.
우리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인구에 프로축구 클럽이 수백개나 되는 스포츠 천국이기도 하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4강에 진출했던 득점왕 슈케르 등 스타들이 많아 FIFA 랭킹 4위를 자랑한다. 2001 윔블던 테니스 우승자 고란 이바니셰비치의 고향은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궁전이 있는 세계문화유산 도시 스플리트다. 로마의 속주였던 곳이 황제를 배출한 것도 놀랍지만, 로마 이외에서 문화원형을 가장 잘 보존한 곳이어서 더욱 유명하다.
초승달 모양의 국토 전체가 ‘신의 선물’로 불릴 만큼 아름다워 관광휴양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관광업이 전체 산업의 70%에 육박하는 만큼 어디서든 영어가 통한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도 6개나 된다. 그 중 가장 인기있는 곳은 참나무숲이라는 뜻의 중세도시 두브로브니크다. 유고 내전으로 2000여발의 포탄 세례를 받았을 때 유럽 지성들이 인간띠를 만들어 지키고자 했던 바로 그 도시. 버나드 쇼가 “지상에서 낙원을 찾는다면 두브로브니크로 가라”고 했던 이곳은 골목길까지 대리석으로 단장돼 있다.
크로아티아가 어제 유럽연합(EU) 가입 신청 10년 만에 28번째 회원국이 됐다. 한때 ‘발칸의 화약고’로 불렸던 이곳에서 EU가(歌)인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가 울려퍼지는 걸 보면서 수많은 문인들이 입을 모았던 지상낙원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본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