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LG전자 부회장 구본준의 열정…"난, 화려한 스펙보다 투지 넘치는 직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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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오피스
불모지 리더십
여민지 선수가 한국女축구에서
세계적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쏟았던
투지와 열정을 배워야 한다
불모지 리더십
여민지 선수가 한국女축구에서
세계적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쏟았던
투지와 열정을 배워야 한다
지난 3월15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62)은 일일 가이드를 자청했다.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들에게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를 안내하며 이곳 저곳에 얽힌 사연을 설명해주기 위해서였다. 올해 동관 3층에 새로 문을 연 LG어린이집 앞에선 “잘해놨으니 직접 들어가 보시라”고 권하기도 했다.
저돌적이고 거침없는 성품이지만 구 부회장은 사람과 관계된 일에는 세심할 정도로 마음을 쓴다. 솔선수범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잡는다. 매년 5월30일 노조창립 기념일에 열리는 체육대회 때마다 직접 선수로 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주니어 보드’ 간담회에도 꼭 참석한다. 창의성 넘치는 젊은 직원들과의 교감을 통해 회사 분위기를 젊게 끌고 가려는 취지에서다.
불모지에서도 미래 희망을 꿈꾼다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인 구 부회장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경영인이다. 경복고와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시카고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땄다. LG디스플레이, LG상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뒤 2010년 10월 휴대폰 사업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LG전자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난세(亂世)의 경영자답게 그는 패기와 투지를 중시한다. LG전자 CEO 취임 후 가진 첫 임원회의에서 불쑥 여민지 여자축구 선수 얘기를 꺼냈다. 그는 “여민지 선수가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여자축구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기까지 쏟았던 투지와 열정을 생각해보라”며 “우리도 이런 자세를 배우자”고 당부했다. 그해 11월엔 경기 평택사업장에서 여 선수와 LG전자 신입사원들이 만나는 간담회도 열었다.
구 부회장은 불모지에서 뭔가를 이루려는 사람들을 높이 평가하고 이들과 직접 교감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비인기 종목인 여자야구를 후원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교인 경남중 OB팀 선수로 활동하던 작년 4월 수도권 여자야구 연합팀과 친선경기를 치른 뒤 열악한 연습 환경을 전해 듣고 후원을 약속했다. 그래서 생긴 게 작년 9월 처음 열린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 사실상 전국 규모의 유일한 국내 여자야구대회로 발돋움했다.
제조업의 기본인 품질 최우선
구 부회장은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을 직접 챙긴다. 정전(停戰) 불안 등으로 영업하기 힘든 지역인 이란에서 맹활약한 김종훈 전무를 발탁한 게 대표적 사례다. 김 전무는 2008년 이란법인장으로 부임한 뒤 연평균 17% 성장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 말 상무 2년차에 전무로 특진했다. 5년간 사우디아라비아지사장을 맡는 등 중동에서만 10년 가까이 일한 차국환 전무도 2011년 말 상무 3년차에 발탁 승진했다.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도 남다른 정성을 쏟고 있다. 2011년 4월부터 우수 성과를 내는 팀에 ‘Mr. CEO’ 피자를 돌렸다. 2년여간 배달한 피자만 1만4500판. 3만3000여명의 직원이 ‘구본준표 피자’를 맛봤다. 휴일도 없이 연일 야근을 하던 스마트폰 연구원이나 지방의 서비스 엔지니어들도 피자를 받았다.
뿐만 아니다. CEO로 부임한 뒤 휴대폰 사업이 4년 만에 분기 적자를 낼 정도로 상황이 어려웠지만 직원들에겐 “기 죽지 마라”고 용기를 북돋웠다. 수시로 연구동을 찾아가 연구원들에게 스마트폰 사업을 제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경영난에도 직원 임금을 6%가량 인상한 것도 직원들의 기를 살리기 위한 조치였다.
경영이 다소 위축된 상황에서도 인력 감축 등은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팀워크가 깨질 것을 우려해서였다. 구 부회장은 “외부에서 우수 인력을 영입하기보다 내부의 LG전자 직원을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LG 트윈스 2군 선수들한테 더 이상 자유계약선수(FA)를 데려오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2군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LG 휴대폰 사업은 회생의 기틀을 마련했다. 9위까지 떨어졌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순위도 올 들어 3위로 뛰어올랐다.
구 부회장은 늘 “사업은 장거리 경주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단기적인 마케팅보다 제조업의 기본인 품질을 중시한다. 그는 2011년 1월 처음 연 기자간담회에서 “회사 정상화를 위한 왕도는 없다”며 “노력하는 자에게 좋은 일이 오는 만큼, 기본을 지키고 미리 앞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을 야구에 빗대 “나 같은 구원투수가 위기 상황에서 던져야 할 결정구가 있다면 그게 ‘품질’(구 부회장의 통찰력있는 한마디 / 글을 읽는 독자가 경영자라면 꼭 메모해 뒀다가 인용 해보세요)”이라고 덧붙였다. 직원들에겐 “품질을 놓치면 생존 기반을 잃는다는 각오로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선 악착같이 연구개발(R&D)에 매달려 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는다. 실제 구 부회장이 취임한 뒤 수익성을 중시하면서 회사 연매출은 조금씩 줄었지만 R&D 투자는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기본에 충실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게 석 달 뒤면 취임 3주년을 맞는 구 부회장이 이룬 가장 큰 변화라고 LG맨들은 입을 모은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저돌적이고 거침없는 성품이지만 구 부회장은 사람과 관계된 일에는 세심할 정도로 마음을 쓴다. 솔선수범을 통해 상대방의 마음을 잡는다. 매년 5월30일 노조창립 기념일에 열리는 체육대회 때마다 직접 선수로 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주니어 보드’ 간담회에도 꼭 참석한다. 창의성 넘치는 젊은 직원들과의 교감을 통해 회사 분위기를 젊게 끌고 가려는 취지에서다.
불모지에서도 미래 희망을 꿈꾼다
구본무 LG 회장의 동생인 구 부회장은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경영인이다. 경복고와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시카고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땄다. LG디스플레이, LG상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뒤 2010년 10월 휴대폰 사업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LG전자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난세(亂世)의 경영자답게 그는 패기와 투지를 중시한다. LG전자 CEO 취임 후 가진 첫 임원회의에서 불쑥 여민지 여자축구 선수 얘기를 꺼냈다. 그는 “여민지 선수가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여자축구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하기까지 쏟았던 투지와 열정을 생각해보라”며 “우리도 이런 자세를 배우자”고 당부했다. 그해 11월엔 경기 평택사업장에서 여 선수와 LG전자 신입사원들이 만나는 간담회도 열었다.
구 부회장은 불모지에서 뭔가를 이루려는 사람들을 높이 평가하고 이들과 직접 교감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비인기 종목인 여자야구를 후원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교인 경남중 OB팀 선수로 활동하던 작년 4월 수도권 여자야구 연합팀과 친선경기를 치른 뒤 열악한 연습 환경을 전해 듣고 후원을 약속했다. 그래서 생긴 게 작년 9월 처음 열린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 사실상 전국 규모의 유일한 국내 여자야구대회로 발돋움했다.
제조업의 기본인 품질 최우선
구 부회장은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을 직접 챙긴다. 정전(停戰) 불안 등으로 영업하기 힘든 지역인 이란에서 맹활약한 김종훈 전무를 발탁한 게 대표적 사례다. 김 전무는 2008년 이란법인장으로 부임한 뒤 연평균 17% 성장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 말 상무 2년차에 전무로 특진했다. 5년간 사우디아라비아지사장을 맡는 등 중동에서만 10년 가까이 일한 차국환 전무도 2011년 말 상무 3년차에 발탁 승진했다.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도 남다른 정성을 쏟고 있다. 2011년 4월부터 우수 성과를 내는 팀에 ‘Mr. CEO’ 피자를 돌렸다. 2년여간 배달한 피자만 1만4500판. 3만3000여명의 직원이 ‘구본준표 피자’를 맛봤다. 휴일도 없이 연일 야근을 하던 스마트폰 연구원이나 지방의 서비스 엔지니어들도 피자를 받았다.
뿐만 아니다. CEO로 부임한 뒤 휴대폰 사업이 4년 만에 분기 적자를 낼 정도로 상황이 어려웠지만 직원들에겐 “기 죽지 마라”고 용기를 북돋웠다. 수시로 연구동을 찾아가 연구원들에게 스마트폰 사업을 제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경영난에도 직원 임금을 6%가량 인상한 것도 직원들의 기를 살리기 위한 조치였다.
경영이 다소 위축된 상황에서도 인력 감축 등은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팀워크가 깨질 것을 우려해서였다. 구 부회장은 “외부에서 우수 인력을 영입하기보다 내부의 LG전자 직원을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LG 트윈스 2군 선수들한테 더 이상 자유계약선수(FA)를 데려오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2군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LG 휴대폰 사업은 회생의 기틀을 마련했다. 9위까지 떨어졌던 세계 스마트폰 시장 순위도 올 들어 3위로 뛰어올랐다.
구 부회장은 늘 “사업은 장거리 경주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단기적인 마케팅보다 제조업의 기본인 품질을 중시한다. 그는 2011년 1월 처음 연 기자간담회에서 “회사 정상화를 위한 왕도는 없다”며 “노력하는 자에게 좋은 일이 오는 만큼, 기본을 지키고 미리 앞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을 야구에 빗대 “나 같은 구원투수가 위기 상황에서 던져야 할 결정구가 있다면 그게 ‘품질’(구 부회장의 통찰력있는 한마디 / 글을 읽는 독자가 경영자라면 꼭 메모해 뒀다가 인용 해보세요)”이라고 덧붙였다. 직원들에겐 “품질을 놓치면 생존 기반을 잃는다는 각오로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선 악착같이 연구개발(R&D)에 매달려 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는다. 실제 구 부회장이 취임한 뒤 수익성을 중시하면서 회사 연매출은 조금씩 줄었지만 R&D 투자는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기본에 충실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게 석 달 뒤면 취임 3주년을 맞는 구 부회장이 이룬 가장 큰 변화라고 LG맨들은 입을 모은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