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기에 조업한 4기 발견, "왕릉 원찰에 기와공급"

SH공사가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하기로 한 서울 세곡2 보금자리주택 예정지에서 발견된 조선초기 기와가마 4기는 추가 조사 결과 당시 가마구조와 운영방식을 생생하게 엿보게 하는 고고학 자료로 드러났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한강문화재연구원(원장 신숙정)은 강남구 수서동 540번지 일원 5천200㎡ 보금자리주택 예정지를 계속 조사한 결과 이들 가마 4기는 나란히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치된 모습이라든가 구조, 출토 유물 등으로 볼 때 동시기에 기와를 구워내던 시설로 추정된다고 3일 말했다.

이전에 가마로 추정한 1기는 가마 내부에서 연기를 빼내던 굴뚝 관련 시설로 드러난 반면, 그 인근에서 새로운 기와가마 1기가 더 발견됐다.

대모산 기슭에서 발견된 이들 가마는 모두 아래에서 지핀 불길을 경사면을 따라 위로 올라가게 하는 방식으로 지어졌다.

기와나 토기 등을 굽는 이른바 등요(登窯.오름가마)이면서 경사면을 파낸 다음 거기에다가 불을 때는 연소실과 굽는 기와를 넣어두는 소성실을 마련한 지하식으로 드러났다.

나아가 연소실과 소성실 사이에는 수직에 가깝게 차단시설인 단벽을 설치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런 단벽은 땅을 파서 가마시설을 만드는 과정에서 남겨둔 자연 벽면을 그래도 살려두는 방식으로 이용하되 그 겉면에는 점토를 바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추가 조사 결과 아궁이 구조와 가마를 구울 때 어떤 방식으로 입구를 폐쇄했는지도 생생하게 드러났다.

즉, 아궁이 입구에는 아래다가 나무를 깔고 그 위에는 기와를 쌓아 가마를 폐쇄한 흔적이 그대로 발견된 것이다.

조사단은 "가마 내부에서 출토된 여러 기와가 같은 조사지역 인근에서 정연한 상태로 확인한 여러 건물터에서 그대로 확인된다는 점에서 이들 가마는 이들 건물을 지을 때 필요한 기와를 공급하던 시설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조사단은 이들 건물터가 용무늬 막새라든가 왕궁 같은 최고급 시설에서만 보이는 잡상, 범자를 새긴 막새, 당시 최고급 도자기에 속하는 청화백자가 출토된다는 점 등을 들어 "문헌에서는 확인하기는 힘들지만 왕실과 관련된 사찰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들 기와가마와 건물터가 드러난 대모산 일대는 조선왕실에서 왕가의 공동묘지로 특별관리한 곳인 데다, 태종 이방원의 헌릉과 세종이 처음 묻힌 영릉 등이 있던 곳이다.

따라서 이번 유적 또한 이들 왕릉과 밀접한 왕실 원찰이거나 능침(陵寢) 관련 시설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