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전 성남 일화 축구팀 감독이 3일 자신이 즐겨 쓰는 MFS골프의 드라이버를 들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신태용 전 성남 일화 축구팀 감독이 3일 자신이 즐겨 쓰는 MFS골프의 드라이버를 들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골프장에 가서 욕심 내지 않으려고 합니다. 충분히 준비하지 않으면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없는 게 골프죠. 축구 지도자로서도 제 자리가 아니다 싶은 자리에는 욕심을 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충분히 준비하고 기회가 왔을 때 최선을 다하기 위해 기다려야죠.”

신태용 전 성남 일화 축구단 감독(43)은 3일 경기 성남시 분당의 한 카페에서 기자와 만나 자신의 첫 번째 골프 철학으로 ‘준비론’을 꼽았다. 한국 프로축구 K리그에서 통산 99골을 넣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그는 축구계에서 골프 고수로 손꼽힌다.

골프 구력 16년인 신 전 감독은 ‘골프 마니아’를 자처한다. 1997년 발목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쉴 때 골프를 시작한 뒤 골프 재미에 푹 빠졌다고 한다. 한때 핸디캡 4~5를 오갔으며 지금은 8 정도다. 베스트 스코어는 6년 전 호주의 호프아일랜드GC에서 기록한 이븐파다.

“골프는 연습을 하지 않고 잘 칠 수 없는 정직한 운동입니다. 충분히 준비하지 않으면 몸의 밸런스가 흐트러져 골프가 안 돼요. 한번은 과음한 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필드에 나갔는데 드라이버샷 14개 중에 8개가 OB(아웃 오브 바운즈)였죠. 골프는 노력 없이 안 되는 운동입니다. 필드에 나가서 공만 보면 욕심이 생기고 몸에 힘이 들어가게 마련이죠. 필드에 나갈 때마다 욕심을 내지 말고 내 스코어만 지키자고 마음 먹습니다.”

신 전 감독은 골프 덕분에 선수 수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며 ‘골프 예찬론’을 늘어놨다.

“축구 시합이 끝난 다음날 회복훈련을 골프장에서 했죠. 카트를 타지 않고 걷고 뛰면서 3시간 반 만에 라운드를 마쳤어요. 새벽 6시 이전에 티오프를 하다보니 라운드 후 술도 안 마시고 일찍 잠을 청했습니다. 덕분에 체력을 다질 수 있었어요. 지금도 웬만하면 매홀 티샷한 뒤 그린까지는 걸어갑니다. 골프를 치면서 건강도 챙기는 거죠.”

K리그에서 선수로서 99골 68도움을 기록하며 한국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60(골)-60(도움) 클럽’에 가입한 그는 만 39세이던 2009년 프로축구 성남 일화 감독으로 부임한 뒤에도 승승장구했다. 감독 데뷔 첫해에 K리그 준우승을 하더니 이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고, 2011년엔 FA컵 우승을 일궜다.

신 전 감독은 “2010년 7월에 경기 이천시 소피아그린CC에서 홀인원을 했는데 그해 12월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다”며 “축구팀에서 베스트 멤버 3명이 빠졌는데도 우승한 것은 홀인원 덕을 톡톡히 본 것”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유일하게 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우승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신 전 감독은 지난해 말 팀 성적이 나빠지자 사표를 던지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계약기간이 3년 남아 있었는데 내가 아직 부족하고 모든 면에서 더 배워야겠다고 느꼈다”며 “지금은 더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유럽에 축구연수를 다녀온 뒤 축구 지도자 P라이선스를 따기 위한 과정을 밟으며 이후 지도자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기회를 위해 준비 중입니다. 선진 축구를 공부하며 그동안 제가 부족했던 부분들을 채워나가는 중이죠. 만약 프로팀 감독을 한번 더 맡는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습니다. 경력이 쌓인다면 대표팀 감독으로서 대표팀 선수들과 하나가 돼 이끌어보고 싶어요. 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스스로 길을 개척 중입니다.

성남=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