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희 신임 서울대병원장의 도전 "병원도 국부 창출"…'창조의료' 시동
서울대병원이 박근혜 정부의 경제성장 핵심 공약인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는 ‘창조의료’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했다.

오병희 신임 서울대병원장(60·사진)은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진단치료 중심의 현재 의료 모델에 첨단기술 기반의 ‘질병관리 및 예방프로그램’을 융합한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새 의료 패러다임을 ‘창조의료’로 정의했다.

○“국부 창출 플랫폼 역할 하겠다”

오 원장은 “지난 10여년간 전국의 수재들이 의과대학에 몰렸다”며 “서울대병원이 인재들과 함께 의료와 생명과학 연구를 통해 국부를 창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오 원장은 “2000억원 정도를 투자해 의사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 유전학, 나노공학, 분자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진이 함께 모이는 융복합연구병원을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융복합 연구와 질병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신약 물질을 찾아내고, 새로운 의료 기술을 개발해 창조경제의 선봉장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

오 원장은 또 “의료 수가가 원가의 75%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진료 양을 늘려 적자를 해결할 수 없다”며 “외국의 선진 병원처럼 기부를 통해 병원을 발전시키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선거 경쟁자도 중용

서울대병원 16대 병원장으로 취임한 그가 내세운 모토는 ‘동행’이다. 취임과 동시에 전체 임직원에게 보낸 편지에 “창조적인 진화와 발전을 위해 모든 이와 동행하고자 합니다. 뜻과 힘을 모아 환자와 의료진, 그리고 나라에 도움이 되는 미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모든 정성을 쏟겠습니다”라고 썼다. 그는 ‘동행’이라는 취지에 맞게 병원장 선거전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경쟁자들을 잇따라 병원 요직에 기용했다. 노동영 서울대암병원장을 유임시켰고, 방문석 국립재활원장은 홍보실장으로 임명했다.

병원장 선거에서 패한 후보자들이 뒤로 물러나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졌지만 이를 깼다는 게 병원 안팎의 평가다.

○만성질환 통합관리센터 설립

오 원장은 1953년 대구 출생으로 1977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1987년부터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서울대병원에서는 기획조정실장, 강남센터 원장, 진료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강남센터 원장 시절에는 진료가 끝난 뒤 센터를 돌면서 꺼지지 않은 조명을 모두 소등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그는 고혈압 치료 전문의로 널리 알려졌다. 2007년 국내 의대 교수로는 처음으로 신약 개발을 위한 다국가 임상시험 책임연구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 원장은 고령화사회를 맞아 날로 늘어나는 만성질환자를 위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만성질환 통합관리센터를 세울 예정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