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경남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경매3계에서 첫 경매에 부쳐질 성동산업 마산조선소는 국내 공장경매 물건으론 역대 최고가다. 창원시 양덕동에 있는 이 공장은 연면적이 2만8994㎡, 부지면적은 12만726㎡에 달한다. 감정가도 2278억원을 웃돈다. 마산수출자유지역 내 선박건조 전문업체인 성동산업이 자금난 탓에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경매로 처분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지난 상반기 수도권 주택 경매거래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 이어 기업들의 ‘공장매물’ 낙찰가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깊어지는 산업계의 장기 불황 여파가 경매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상반기 1조1300억원 규모 공장 매각
3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상반기 전국 경매법원에서 팔린 공장(아파트형 공장 포함)은 1조1304억원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장 매물이 쌓이면서 매각물량도 점점 늘고 있다. 반기 기준으로 2011년 상반기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이래 작년과 올 상반기에도 1조원대가 유지되고 있다.
경매에 나온 공장들의 총 감정가도 1조6931억원으로 2001년 하반기(1조732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2001년과 올해는 외환위기(1997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가 발생한 지 각각 4~5년째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버티던 기업들도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업체 세광중공업이 소유한 울산 공장은 감정가가 252억원에 달했지만 지난 2월 133억원에 매각됐다. 중형 조선소 세코중공업의 충남 서천 공장도 감정가(243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20억원에 낙찰됐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위원은 “경매에 나오는 공장 물건 수는 오히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가장 많았다”며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먼저 경매에 나왔다면 지금은 규모가 큰 기업, 초대형 물건이 쏟아지는 게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하반기에도 경매물건 쏟아질 듯
경매업계는 하반기에도 경매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상 경매물건이 첫 경매일 2주 전부터 공시되는 탓에 대기 물량을 추정하긴 어렵지만 상반기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건설업종 물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테리어업체 희훈디앤지가 소유한 인천 서구 마전동 소재 감정가 201억원짜리 공장은 오는 10일 경매 입찰에 부쳐진다. 대동벽지가 소유한 감정가 690억원 규모의 경남 김해 공장도 이달 26일 경매에 나온다. 이달 들어 17일까지 경매일정이 잡힌 공장만 331개에 달한다.
수도권 내 아파트·주상복합 주거시설도 하반기 경매시장의 변함없는 ‘인기 아이템’이 될 전망이다. 분양시장과 기존 주택 거래는 좀처럼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지만 경매시장은 상대적으로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메리트가 부각되고 있어서다. 이미 ‘하우스푸어’ 매물이 급증하면서 올 상반기 수도권의 주택 경매 진행건수(1만5380건)와 낙찰총액(1조7447억원)은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강은 지지옥션 경영자문실 팀장은 “공장 경매는 공장 신축을 고민하던 기업이나 부지를 활용하려는 법인들이 주 대상”이라며 “공장 낙찰가격에 기계설비 등이 포함된 만큼 공장총량제 규제에 따른 투자제한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