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2일 오전 10시39분

[마켓인사이트] 로엔지분 '50%+1株' 만 판다
로엔엔터테인먼트 매각을 추진 중인 SK플래닛이 매각 후에도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수단을 인수 후보들에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보유 지분 67.6% 가운데 일부는 매각하지 않고 남겨둘 계획이다. 외국계 사모펀드(PEF)인 어피니티와 칼라일로 압축된 인수 후보들이 이 같은 조건을 수용할지 관심이다.

이번 매각에 정통한 관계자는 3일 “SK플래닛이 주주간협약(SPA) 초안을 인수 후보들과 교환하고, 구체적인 계약 조건을 협의하고 있다”며 “핵심은 SK가 경영권을 넘기되 매각 후에도 로엔의 주요 사업, 비용 지출에 관한 결정을 내릴 때 새 경영진이 SK와 협의하도록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SK는 이사회에 임원을 파견하는 등 주요 주주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분도 일부 남겨둘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로엔을 SK그룹 내 계열사에서 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일부 지분은 남겨 둬도 된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증손회사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로엔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자회사를 보유할 경우 지분을 100% 확보해야 한다. SK플래닛은 (주)SK의 손자회사로 자회사 로엔의 지분을 팔거나, 시장에 분산돼 있는 나머지 지분을 공개 매수해 지분율을 100%로 끌어올려야 한다. 오는 9월 말까지 이를 지키지 못하면 강제 매각 등 제재를 받는다.

정치권에선 지주회사가 해외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투자를 유치할 때 신설 법인이 증손회사라면 투자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증손회사 규정 개정안을 지난 2일 종료된 임시국회에 상정했었다. 이와 관련한 투자 대기 금액만 2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국회 처리가 불발되긴 했지만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증손회사 관련 법 개정도 이번 매각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SK로선 법이 개정되면 매각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에 경영권 매각 후 지분을 되찾아올 수 있는 장치를 계약에 명기하고 싶을 것”이라며 “반면 바이아웃 전문 사모펀드인 어피니티와 칼라일은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