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지난달 국내 채권을 약 10조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단기채 위주였지만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란 평가다.

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인은 6월에 9조8000억원어치의 국내 채권을 순매수했다. 전달의 3조7000억원 순매수 대비 2.7배 늘어난 수치다. 통화안정채권 6조7000억원, 국채 3조1000억원 등이다.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의 채권 보유잔액은 101조2000억원이었다.

성인모 금투협회 채권부장은 “글로벌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는데도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을 많이 샀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를 좋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며 “지난 5월23일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액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었는데 이 기조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장기채를 소폭 매도하는 대신 단기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국고채만 놓고 보면 지난달 10~30년짜리를 2413억원어치 팔면서 동시에 3년짜리를 3조1236억원어치 매입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6월 장외채권 거래량은 전달보다 61.8% 늘어난 15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박태근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연구위원은 “멕시코 브라질 등 다른 신흥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장기채에서 이탈한 해외 자금이 단기채에 재투자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국내 채권 금리는 크게 오른 것(채권값 하락)으로 집계됐다. 국고채 3년물 기준 6월 말 금리는 연 2.88%로, 전달 말(연 2.78%)에 비해 0.1%포인트 상승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5월 말 연 3.12%에서 지난달 말 연 3.4%로, 20년물 금리도 연 3.26%에서 연 3.57%로 급등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