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가율 11년 만에 최고…매매가는 계속 추락, 집값의 굴욕…'60% 룰' 안먹힌다
“지난달 말 잠실 리센츠 전용 84㎡ 전셋값이 6억2000만원(실거래 매매가의 69.5%)으로 최고가를 갈아치웠습니다. 전세보증금에 2억7000만원만 보태면 살 수 있는데 도대체 매수 주문이 없어요.”(서울 잠실동 대림공인)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주택시장의 ‘전통적 거래 공식’이 깨지고 있다. ‘전셋값이 뜨면 집값이 오른다’는 이른바 ‘전세가율 급등→매수세 형성→매매가 상승’의 순환 공식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안 먹히고 있다. 오히려 매매가격이 빠지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3일 국민은행의 ‘KB부동산 알리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11년 만에 최고 수준인 56.7%를 기록했다. 성북구(63.8%) 관악구(61.6%) 서대문구(60.9%) 중구(60.1%) 등은 60%를 웃돌았다.

주택업계에서는 전세가율이 60%를 넘으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하는 터닝포인트가 된다고 여겨져 왔다. 외환위기 이후 1999년 7월 전세가율이 60%에 가까워지자 집값이 오름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요즘은 이런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서울 전세가격은 2009년 이후 줄곧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지난 4월 0.34% 오른 것을 비롯해 5월(0.15%)과 지난달(0.2%)에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반면 매매가는 지난달까지 하락세와 약보합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시장 침체와 수도권 신규 공급 과잉 등이 맞물리면서 수요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연구팀장은 “외환위기 이후 4년간 전셋값이 오르면서 2001년 전세가율이 60%를 넘어섰고 매매가도 상승세가 지속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이 같은 현상이 재현되기 쉽지 않다”고 예상했다. 2001년 서울 전세가격(국민은행 통계)은 전년보다 18.1% 치솟았고 매매가격도 13% 상승했다. 주택 부족과 저금리, 경기 회복으로 집값 상승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부동산시장 상황이 반대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전세가율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하반기에는 ‘전세대란’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며 “특히 내년부터는 새로 준공하는 아파트마저 줄어들 것으로 예고돼 정부가 전세시장 상황에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김진수 기자 3code@ha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