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가 신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1~6월 한국영화를 본 관객수는 사상 최대인 5555만명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4446만)보다 25%나 늘었다. 관객 점유율도 56.4%로 3%포인트 상승했다. 1280만명을 모은 ‘7번방의 선물’을 비롯해 흥행 톱10에 우리 영화가 6편이나 오른 덕분이다. 지난해 1억명을 돌파한 총 관객수도 상반기에 벌써 9850만명을 넘어섰고, 연말까지는 2억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난해 4조1500억원에 달했던 영화산업 규모가 올해는 5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시네마 천국’에 빗대 ‘시네마 코리아’란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한국영화의 신(新)르네상스가 실감난다. 성공 비결은 뭘까.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개방 효과를 꼽는다. 자유경쟁시장에서 체질을 개선하고 한국식 콘텐츠를 만들어낸 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스크린쿼터(국산영화 의무상영일수)가 연간 146일에서 73일로 축소되면 한국영화는 고사할 것이라며 난리법석을 떤 게 불과 7년 전이다. 그 전엔 미국영화 직배에 반대해 극장에 뱀까지 풀었다. 그렇게 극한소동을 부렸던 사람들은 지금 아무 말이 없다.

개방은 영화시장을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꿨다. 이는 투자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다. 영화계가 스스로 살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예술과 산업이란 두 토끼를 다 잡은 것이다. 도전과 응전의 결과다. 원로 배우 신영균 씨도 “스크린쿼터에 안주했더라면 영화의 질을 끌어올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개방과 경쟁 체제가 약이 됐다”고 평가했다.

물론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재능 있는 감독과 배우들이 창의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제작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지나친 폭력과 욕설, 이념 편향성 등의 한계도 넘어야 한다. 연 700여편의 인디필름들이 설 땅도 필요하다. 엊그제 최대 극장기업 CJ CGV가 한국영화 수익배분을 50 대 50(극장 대 배급사)에서 45 대 55로 바꾼 것도 그런 노력의 하나로 환영할 일이다.

개방 효과가 제작배급뿐 아니라 콘텐츠 창작 분야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위에 무형자산의 가치를 높이고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