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가 3일 오후 연세대 강당에서 열린 강연회를 위해 무대로 입장하고 있다. 이날 강연엔 대학생과 일반인 등 1600여명이 참석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가 3일 오후 연세대 강당에서 열린 강연회를 위해 무대로 입장하고 있다. 이날 강연엔 대학생과 일반인 등 1600여명이 참석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한국어에 ‘나댄다’는 말이 있죠? 여러분은 앞으로 자신감이 넘치는 소녀를 만났을 때 절대로 ‘나댄다’는 표현을 쓰지 말고, 그 자신감을 칭찬해 주세요.”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ㆍ43)가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나댄다’는 말을 하자 객석에서는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이 말은 지나치게 나서고 리더 역할을 분에 넘치게 한다는 뜻이라고 들었는데 남학생보다 여학생에게 더 많이 쓰일 것 같다”며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어디서나 여성의 리더십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편견을 바꿔 나가자”고 말했다. 최근 출간한 여성 리더십에 관한 저서 ‘린인(Lean In)’ 홍보차 방한한 그는 3일 오후 연세대 대강당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열었다.

2008년 3월 페이스북에 영입돼 회사 전체의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샌드버그 COO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여성 리더다. 차기 미국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는 그는 페이스북 입사 1년 반 만에 수익모델을 개발해 회사를 적자에서 흑자로 돌려놓은 주인공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매년 선정하는 ‘비즈니스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고, 지난해에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등재되기도 했다.

샌드버그 COO는 하버드대 경제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세계은행과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를 거쳐 구글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승진의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갈수록 ‘중요한 자리’에는 여성이 없다는 점에 의문을 품게 된 그는 2010년 테드(TED) 강연 ‘왜 여성 리더는 소수인가’를 계기로 여성 리더십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는 “린인재단의 회원 한 명이 딸에게 ‘엄마가 성과가 좋으면 사람들이 싫어하는데, 너는 어떻게 하겠니’라고 물었더니 딸이 ‘내가 엄마라면 성과를 낮춰서 사람들이 날 더 좋아하게 만들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샌드버그는 “남녀 모두 ‘성공하는 여자는 싫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며 “이 같은 편견이 전 세계적으로 남학생들만 리더로 자라라는 압박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샌드버그 COO는 “여성이 남성과 똑같은 일을 해도 미국은 23%, 한국은 39%나 적은 임금을 받는다”며 “한국 가정에서 가사나 육아 부담도 여성이 남성보다 네 배나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성 불평등에 대해 여성이 나서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샌드버그 COO는 “많은 여성들이 협상을 통해 연봉을 높였다는 편지를 보낸다”며 “테이블 구석에 앉지 말고, 당당하게 가운데 앉아 원하는 것을 말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 평등을 위한 변화의 시작은 ‘지금’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청중이 “우리 세대는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딸 세대에는 바뀌면 좋겠다”고 하자 “다음 세대에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며 “지금 직장 여성 동료를 위해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인들이 모두 뜯어말리는데도 린인을 쓴 것도 지금 입을 열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샌드버그는 다양한 국내 통계를 인용하며 몰입도 높은 강연을 이끌었다. 강연 후반부에는 객석에서 질문이 연이어 쏟아질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그는 “여성 청중은 궁금한 게 있다면 지금 손을 들어 물어보라”며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하지 말고 지금 바로 ‘뛰어들어라(Lean in)’!”고 독려하기도 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