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는 안되고…코넥스에 밀려 관심도 못 끌고…'찬밥' 신세 된 프리보드
비상장 중소·벤처기업의 자본조달을 돕기 위해 금융투자협회가 2000년 3월부터 운영 중인 ‘제도권 장외주식시장’ 프리보드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하루 거래대금이 1억원도 안되는 날이 전체 거래일의 71%나 되고 주식이 거래되는 종목 수가 전체 종목의 3분의 1이 넘는 거래일은 절반도 안 된다. 지난 1일 중기 전용 제3시장인 코넥스가 개장한 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프리보드엔 손을 놓고 있다.

◆거래 실종 프리보드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프리보드 전체 거래대금이 1억원 이상인 거래일은 전체 127거래일 중 36거래일(29%)이다. 이달 들어 프리보드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1억1926만원으로 개장 4일째를 맞은 코넥스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5억2365만원)에도 크게 못 미친다.

전체 50개 프리보드 지정법인 중 올해 전체 거래대금이 1억원에도 못 미치는 기업만 76%(36곳)다. 올해 총 거래량이 1000주 미만인 종목도 10곳이나 되고 1만주 이하는 절반이다. 올 들어 일간 거래형성률(전체 지정법인 중 1주라도 거래가 일어난 지정법인의 비율)이 30%가 넘는 거래일은 38일 뿐이었다.

자금조달 기능도 사실상 ‘정지’ 상태다. 올 들어 유상증자를 시도한 곳은 비트로시스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 현대인프라코어 등 3개사뿐이다. 그나마 현대인프라코어가 자금조달에 성공했고 비트로시스는 자금조달에 실패했다.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는 유상증자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도 뾰족한 수 없어

프리보드의 추락은 ‘무관심’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프리보드에서 투자할 만한 우량 기업을 찾기가 어렵다.

2011년과 실적 비교가 가능한 프리보드 지정법인 43곳 중에서 12곳이 작년 적자를 기록했다. 기업 정보도 턱없이 부족하다. 프리보드 홈페이지에 종목 분석이 있지만 간단한 기업소개와 경영전략 재무제표뿐이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제가 없어 시장 투명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투협도 뚜렷한 활성화 대책을 못 내놓고 있다. 금투협 관계자는 “유가증권이나 코스닥 상장 주식은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프리보드 지정 법인의 주식들은 개인 주주들에게 분산이 안돼 있어 거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매매방식을 상대매매에서 경쟁매매로 바꾸고 프리보드 거래세(0.5%)를 장내주식(0.3%) 수준으로 낮추는 것도 금투협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새로운 장외주식시장(OTC) 설립을 검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위, “좀 더 지켜봐야”

이에 대해 주무 부처인 금융위 관계자는 “장내시장인 코넥스와 달리 프리보드는 장외시장으로서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다”며 “당장 뚜렷한 거래 활성화 해답을 제시할 수는 없고, 일단 시장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본시장의 자금순환 체계상 프리보드와 같은 제도화된 장외시장의 필요성은 있다”며 “상대매매 제도의 한계, 장내시장보다 비싼 거래세(0.5%) 등 역차별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프리보드

금융투자협회가 거래소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회사의 주식 거래를 위해 2000년 3월부터 운영하는 제도화된 장외시장. 성장단계의 벤처기업 등 혁신형 기업들이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조달이 가능하도록 하는 목적에서 설립됐다. 2013년 7월 현재 50개 회사가 지정돼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