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황의 ‘자화상’.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강세황의 ‘자화상’.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표암 강세황(1713~1791)은 이른바 ‘생활이 곧 예술’인 삶을 살았다. 그는 삶과 예술과 이상이 하나로 만나는 문예정신을 실현하고자 한 길을 갔던 인물이다. 강세황이야말로 문화의 시대에 본보기로 삼을 만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변영섭 문화재청장은 5일 표암 탄생 300주년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기념학술대회 기조강연에서 ‘문화의 시대에 다시 읽는 강세황’을 주제로 표암의 삶과 예술을 새롭게 조명한다. 표암은 조선후기의 문신으로 ‘예원의 총수’로 불릴 정도로 시서화(詩書畵)에 두루 능했을 뿐만 아니라 남다른 감식안까지 겸비한 인물이다.

그는 중국화와는 다르게 여백의 맛을 강조하는 ‘맑고 시원한’ 한국적 문인화를 지향했을 뿐만 아니라 선비화가들이 다루지 않던 일상적 소재에 담긴 평범한 아름다움을 담박하게 그려내는 등 다양한 장르의 발전에도 기여했다.

변 청장은 “전통적으로 동아시아는 서구와는 다르게 진선미(眞善美진리 윤리 예술)를 별개의 영역으로 보지 않고 통합적으로 바라봤고, 이 세 부문의 완벽한 일치를 최고의 보편적인 가치로 여겼다”며 “따라서 예술과 인격수양이 별개의 영역일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이런 문화적 전통 속에서 예술은 자연스럽게 인격수양의 매개체가 됐고 이상적인 아름다움도 서구처럼 겉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 ‘사의(寫意뜻을 그린다)’라는 본질적인 미의식을 추구하게 됐다는 것이다. 표암은 그런 ‘생활이 예술이고 예술이 생활’인 경지를 이상으로 여긴 동아시아 문예정신의 보편성과 한국적 특수성을 두루 구현한 문인화가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표암은 정치 사회 경제적 측면을 중시하던 과거와는 달리 정신적 정서적 가치를 중시하는 오늘날 문화의 시대에 모범적인 롤 모델이라고 강조한다.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변 청장의 기조강연에 이어 박은순 덕성여대 교수, 강관식 한성대 교수, 이완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백인산 간송미술관 연구위원, 민길홍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정은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연구원 등 6명의 전문 학자가 논문을 발표해 표암의 예술을 입체적으로 재조명한다. 한정희 홍익대 교수가 토론을 주재하고 안휘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이 총평을 할 예정이다. 이 행사는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미술사학회가 주관한다. (02)884-0271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