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居安思危' 스토리텔링으로 위기에 대비하는 조직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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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오토데스크 등 '위기 경영'으로 성공
코닥은 "설마 …" 안주하다 몰락
마이크로소프트·오토데스크 등 '위기 경영'으로 성공
코닥은 "설마 …" 안주하다 몰락
필자의 지인이 자신의 회사 사장을 ‘거짓말쟁이’라며 흉을 본 적이 있다. 사연인즉 해마다 연초가 되면 ‘올해야말로 최대의 위기’라며 직원들에게 잔뜩 겁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연말이면 전년보다 성과가 좋아서 이제는 ‘늑대가 나타났다’는 말에 더 이상 속아줄 직원이 없다고 말했다.
왜 기업의 리더들은 거짓말쟁이라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계속 ‘거짓말’을 하는 걸까. 역설적이지만 리더들이 그렇게 노심초사했기 때문에 위기에 대한 걱정이 다행스럽게도 ‘거짓말’로 끝난 것일 수도 있다. 위기 대응에 최선을 다했기에 별 탈이 나지 않은 것이지, 방심했으면 정말로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경영상태가 양호할 때도 위기상황을 들먹이며 직원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방법을 ‘거안사위(居安思危)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다. 거안사위, 즉 ‘편안할 때도 위태로울 때를 생각하라’는 선인들의 지혜를 담은 스토리 기법을 의미한다.
거안사위의 사례는 기원전 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 남부 시칠리아 시라쿠사의 디오니시오스 1세는 자신의 측근에게 거안사위의 지혜를 가르치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신하 다모클레스를 불러 왕좌에 앉히고, 호화로운 연회를 즐기라고 명했다. 하지만 다모클레스는 왕좌 위 천장에 매달려 왕의 목숨을 노리는 칼 한 자루를 보고 사색이 됐다. 그제서야 디오니시오스가 호화로운 연회 속에서도 늘 말총 한 가닥에 매달린 칼을 의식하며 나라를 다스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대판 디오니시오스’로는 빌 게이츠가 유명하다. 1991년 7월,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회장이던 게이츠는 직원들에게 장문(長文)의 메일을 보냈다. 해마다 각종 논문과 서적, 신문 등을 챙겨서 외딴 오두막으로 들어가 생각을 다듬는 ‘생각 주간(think week)’을 막 마친 다음의 일이다. 그는 자신의 걱정을 정리한 ‘악몽 메모’를 소개했다. ‘악몽 메모’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닥쳐올 음울한 미래를 그려본 시나리오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는 메모를 시작하면서 컴퓨터 디자인(CAD) 업계의 선두기업 오토데스크의 스토리를 소개했다.
“오토데스크의 존 워커가 쓴 ‘오토데스크: 마지막 날들’이란 메모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 메모는 탁월하고 놀라울 정도로 통찰력이 뛰어납니다. 사실 글이 쓰인 3년여 전, 존은 오토데스크의 경영진에 속하지도 않았기에, 그는 외부인의 시각으로 과연 오토데스크가 옳은 일들을 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중략) 그는 대기업의 의사결정 속도가 떨어지고 충분히 재투자를 하지 않고, 핵심을 놓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짚었습니다. 그는 또 우리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를 통해 올바른 기업의 모습을 언급했습니다. 놀랍게도 그의 악몽 시나리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CAD 시장에 진입하면 오토데스크가 얼마나 심각한 위험에 처할지를 진지하게 분석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데도 말입니다. 반면 IBM이 시스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우리를 공격하고, 노벨(Novell)이 네트워크 시장에서 우리를 밀어내고, 경쟁사들이 자신들의 윈도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일은 막연한 걱정이 아니고 이미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악몽 메모’가 언론에 소개되면서 주가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악몽 메모로 스스로 채찍질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속적으로 인재를 고용하고 현금 보유액을 늘리며 경쟁사들보다 앞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었다.
거안사위에 실패해 무너진 기업의 사례로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코닥이다. 코닥의 몰락이 더욱 뼈 아프게 느껴지는 이유는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엔지니어가 코닥 직원이라는 데 있다. 그것도 1975년 12월의 일이다.
코닥의 새내기 엔지니어 스티브 세슨은 무게 3.6㎏짜리 커다랗고 조잡한 디지털 카메라 시제품을 만들었다. 사진을 찍고 이것을 다시 화면으로 보는데 1분 가까이 걸리던 시제품은 경영진에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필름사업이 이렇게 활황인데 그깟 ‘전자 장난감’이 대수냐는 반응이었다. 코닥은 결국 그들이 비웃었던 그 ‘전자 장난감’에 덜미가 붙잡혀 무너져 버린 것이다.
리더들은 자신의 기업이 처한 상황을 잘 들여다보고 구성원들에게 경고를 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리더를 ‘거짓말쟁이 목동’이라고 불러도 어쩔 수 없다. 거안사위의 스토리로 조직을 긴장시켜 위기를 넘길 수만 있다면, 거짓말쟁이가 된 것이 차라리 다행스럽고 기쁠 것이다. 이제 리더는 호흡을 가다듬고 크게 소리치자. ‘이번엔 정말 늑대가 나타났다’고.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왜 기업의 리더들은 거짓말쟁이라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계속 ‘거짓말’을 하는 걸까. 역설적이지만 리더들이 그렇게 노심초사했기 때문에 위기에 대한 걱정이 다행스럽게도 ‘거짓말’로 끝난 것일 수도 있다. 위기 대응에 최선을 다했기에 별 탈이 나지 않은 것이지, 방심했으면 정말로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경영상태가 양호할 때도 위기상황을 들먹이며 직원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방법을 ‘거안사위(居安思危) 스토리텔링’이라고 할 수 있다. 거안사위, 즉 ‘편안할 때도 위태로울 때를 생각하라’는 선인들의 지혜를 담은 스토리 기법을 의미한다.
거안사위의 사례는 기원전 4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유럽 남부 시칠리아 시라쿠사의 디오니시오스 1세는 자신의 측근에게 거안사위의 지혜를 가르치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신하 다모클레스를 불러 왕좌에 앉히고, 호화로운 연회를 즐기라고 명했다. 하지만 다모클레스는 왕좌 위 천장에 매달려 왕의 목숨을 노리는 칼 한 자루를 보고 사색이 됐다. 그제서야 디오니시오스가 호화로운 연회 속에서도 늘 말총 한 가닥에 매달린 칼을 의식하며 나라를 다스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대판 디오니시오스’로는 빌 게이츠가 유명하다. 1991년 7월,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회장이던 게이츠는 직원들에게 장문(長文)의 메일을 보냈다. 해마다 각종 논문과 서적, 신문 등을 챙겨서 외딴 오두막으로 들어가 생각을 다듬는 ‘생각 주간(think week)’을 막 마친 다음의 일이다. 그는 자신의 걱정을 정리한 ‘악몽 메모’를 소개했다. ‘악몽 메모’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닥쳐올 음울한 미래를 그려본 시나리오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는 메모를 시작하면서 컴퓨터 디자인(CAD) 업계의 선두기업 오토데스크의 스토리를 소개했다.
“오토데스크의 존 워커가 쓴 ‘오토데스크: 마지막 날들’이란 메모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 메모는 탁월하고 놀라울 정도로 통찰력이 뛰어납니다. 사실 글이 쓰인 3년여 전, 존은 오토데스크의 경영진에 속하지도 않았기에, 그는 외부인의 시각으로 과연 오토데스크가 옳은 일들을 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중략) 그는 대기업의 의사결정 속도가 떨어지고 충분히 재투자를 하지 않고, 핵심을 놓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짚었습니다. 그는 또 우리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를 통해 올바른 기업의 모습을 언급했습니다. 놀랍게도 그의 악몽 시나리오는 마이크로소프트가 CAD 시장에 진입하면 오토데스크가 얼마나 심각한 위험에 처할지를 진지하게 분석했습니다. 사실 우리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데도 말입니다. 반면 IBM이 시스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우리를 공격하고, 노벨(Novell)이 네트워크 시장에서 우리를 밀어내고, 경쟁사들이 자신들의 윈도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일은 막연한 걱정이 아니고 이미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악몽 메모’가 언론에 소개되면서 주가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악몽 메모로 스스로 채찍질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지속적으로 인재를 고용하고 현금 보유액을 늘리며 경쟁사들보다 앞선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었다.
거안사위에 실패해 무너진 기업의 사례로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코닥이다. 코닥의 몰락이 더욱 뼈 아프게 느껴지는 이유는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엔지니어가 코닥 직원이라는 데 있다. 그것도 1975년 12월의 일이다.
코닥의 새내기 엔지니어 스티브 세슨은 무게 3.6㎏짜리 커다랗고 조잡한 디지털 카메라 시제품을 만들었다. 사진을 찍고 이것을 다시 화면으로 보는데 1분 가까이 걸리던 시제품은 경영진에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필름사업이 이렇게 활황인데 그깟 ‘전자 장난감’이 대수냐는 반응이었다. 코닥은 결국 그들이 비웃었던 그 ‘전자 장난감’에 덜미가 붙잡혀 무너져 버린 것이다.
리더들은 자신의 기업이 처한 상황을 잘 들여다보고 구성원들에게 경고를 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리더를 ‘거짓말쟁이 목동’이라고 불러도 어쩔 수 없다. 거안사위의 스토리로 조직을 긴장시켜 위기를 넘길 수만 있다면, 거짓말쟁이가 된 것이 차라리 다행스럽고 기쁠 것이다. 이제 리더는 호흡을 가다듬고 크게 소리치자. ‘이번엔 정말 늑대가 나타났다’고.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