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절대자를 찾는 인간의 나약함 '마스터'
의지할 곳이 필요한 남자와 그에게 절대자가 되고 싶은 남자.

영화 '마스터(Master)'는 최면술과 비슷한 심리 치료 요법으로 종교집단의 교주처럼 군림하는 남자와 그를 맹목적으로 따르고 의지하는 다른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두 남자의 뒤엉킨 관계를 세밀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인간이 왜 절대자를 갈구할 수밖에 없는지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과 통찰을 담고 있다.

그 질문의 끝에서 해답을 속시원히 보여주지는 않지만, 우리는 그 답을 찾으려 애쓰며 인간 존재의 심연을 바닥까지 들여다보게 된다.

그곳에는 인간 본성의 나약함과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

[새영화] 절대자를 찾는 인간의 나약함 '마스터'
두 주인공을 맡은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과 호아킨 피닉스는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공동으로 받았다.

두 배우의 일품 연기는 영화를 걸작으로 돋보이게 한다.

주제와 줄거리에 다소 난해한 면이 있음에도 두 배우의 연기는 보는 사람을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에 몰입하게 한다.

영화는 세계 2차대전이 끝날 무렵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미국 해군으로 참전한 '프레디'(호아킨 피닉스)는 전역 이후 미국에 돌아와 사진사로 일자리를 얻지만, 군에 있을 때 만들어 먹던 환각 성분의 술을 계속 마시며 돌발 행동을 한다.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던 그는 항구에서 어느 호화로운 배에 몰래 숨어든다.

그곳에서 '마스터'로 불리는 남자 랭케스터(필림 세이무어 호프먼)를 만난다.

랭케스터는 프레디에게 심리적인 문제가 있음을 직감하고 그를 자신의 연구대상으로 삼는다.

실험 성격을 띠는 대화에서 프레디는 사랑한 여자 '도리스'를 떠나야 했던 깊은 아픔과 전쟁의 트라우마를 털어놓는다.

이를 계기로 반항적이던 프레디는 랭케스터에게 완전히 의지하게 되고 '코즈'라는 집단의 일원이 된다.

이후 프레디는 랭케스터의 이론에 조금이라도 의문을 품거나 반기를 드는 사람들을 참지 못하고 폭력을 가한다.

랭케스터의 가족들은 프레디가 알코올중독에 구제불능이라며 쫓아내라고 하지만, 랭케스터는 프레디를 돌봐줄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며 그를 감싼다.

영화에서 흥미로운 것은 시대적인 배경이다.

주인공 프레디는 전후(戰後) 1950년대 미국 사회에 팽배한 불안과 잠재된 폭력성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영화 초반 프레디가 해군으로 태평양 전선에 주둔해 있을 때 동료들과 함께 해변에서 모래로 여성의 나체 모형을 만들어놓고 노는 장면이 있다.

여성의 모형을 두고 성폭행하듯 장난치다가 그다음엔 엄마 품에 안기듯 가슴 아래에 머리를 두고 눕는다.

안겨 의지할 곳을 갈구하는 그의 눈빛이 안쓰럽다.

프레디처럼 시대와 개인의 삶 속에서 상처를 경험한 사람들은 인간의 트라우마가 수억년 전부터 비롯된 것이며 원인을 찾아내 치료해주겠다는 '마스터'의 말에 열광한다.

또 흥미로운 점은 '마스터'를 자처하는 랭케스터의 한없이 '인간'적인 불완전함이다.

그는 강연하기 전에 늘 불안과 긴장에 시달리고 자기 오류를 지적하는 사람들에게 불같이 화를 낸다.

그는 프레디가 만들어주는 환각 성분의 독주에 점점 중독되고 자신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한 존재로 프레디를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랭케스터는 마지막에 프레디에게 묻는다.

"그 어떤 마스터도 따르지 않고 사는 방법을 발견했다면 알려주겠나"라고.
영화는 음악으로도 빛난다.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기타리스트 조니 그린우드가 참여한 OST는 재즈와 클래식 느낌의 서정적인 음악으로 1950년의 시대 분위기를 잘 살려냈다.

당대 최고의 감독 중 하나로 꼽히는 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은 '데어 윌 비 블러드' 이후 5년 만의 신작인 '마스터'로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받았다.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와 끝까지 경합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11일 개봉. 상영시간 137분. 청소년관람불가.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