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종합전기업체인 후지쓰가 폐쇄된 반도체 공장을 채소 생산설비로 전환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클린룸 등 반도체 설비를 활용해 고품질의 채소를 재배한다는 전략이다. 일본 전기업체 가운데 본격적으로 농업에 뛰어드는 것은 후지쓰가 처음이다.

후지쓰가 채소 농장을 차리는 곳은 2010년 3월 문 닫은 후쿠시마현의 반도체 공장. 이곳의 클린룸에 수경 재배 설비를 구축해 오는 12월부터 양상추 등을 심을 예정이다. 우선 2000㎡ 정도의 농장을 조성한 뒤 시장의 반응이 좋으면 최대 3배까지 재배 면적을 늘릴 방침이다. 하루 평균 생산량은 양배추 기준으로 3500포기 정도로 잡고 있다.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되는 채소는 주로 심장병 환자 등을 위한 병원용 식자재로 공급한다. 클린룸에서 무균 상태로 재배하기 때문에 세균 등에 민감한 환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주변 연구기관이 갖고 있는 농작물 관련 특허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일반적인 채소보다 80% 정도 칼륨이 적은 채소를 키워내는 아키타현립대의 특허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혈중 칼륨 농도를 조절하기 어려운 심장병 환자가 주요 타깃이다.

반도체 공장에 사용되던 정보기술(IT) 관련 노하우도 농장 경영에 적극 활용한다. 각종 센서를 활용해 온도와 수분 등을 정밀하게 측정, 수요자에게 최적화한 상품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아사히신문은 “후지쓰의 실험이 반도체 공장을 재활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