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휴가철이 되면 각국 공항엔 경치 좋은 휴양지를 찾아 다른 나라로 떠나는 여행객으로 넘쳐난다. 하지만 여권과 비행기 표를 챙기는 사람 중에선 해변의 백사장 대신 수술대를 택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의료 관광을 위해서다.

5일 블룸버그통신은 의료관광정보업체 ‘국경 없는 환자들(PBB·Patients Beyond Borders)’의 자료를 인용, 지난해 세계 의료 관광객 수가 700만명을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또 의료 관광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00억달러(약 45조6840억원)로 연평균 15~25%씩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 관광의 목적도 과거보다 훨씬 더 다양해졌다. 의료 관광 붐이 일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엔 암 치료와 심장 수술 등 난치병 치료에 국한됐지만 지금은 성형수술과 치과 치료, 체중 감량 등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과 PBB는 의료 기술 수준과 가격, 안전기준 등을 고려해 ‘가장 가 볼 만한 의료 관광지 8개국’을 선정했다. 1위는 태국이다. 세계적인 관광 대국인 태국은 ‘성전환 수술의 메카’로도 잘 알려졌다. 인구 7000만명 중 약 100만명이 트랜스젠더인 태국에선 성전환 수술에 대한 거부감이 적으며, 관련 의술도 발달돼 있다. 아울러 다른 분야의 의료 비용도 미국보다 50~70% 싸다. PBB에 따르면 지난해 태국을 찾은 의료 관광객 수는 120만명이다.

싱가포르(4위)와 인도(5위), 대만(8위)은 태국과 더불어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각광받는 의료 관광국으로 꼽혔다. 싱가포르는 국토 면적이 서울과 비슷할 정도로 작지만,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을 받은 중·대형 병원이 22개에 달한다. 인도는 관상동맥우회술과 같이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심장병 치료 비용이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대만은 미국보다 의료비가 절반 정도 싸다.

2위는 멕시코였다. 멕시코에선 치과 진료와 위 축소술 및 지방 흡입 등 다이어트 치료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멕시코를 찾는 의료 관광객의 대부분을 미국 서부지역의 히스패닉이 차지했다. 멕시코는 의료비가 미국의 40~65% 수준이다.

3위는 미국이다. 미국은 의료비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국가로 꼽히지만 선진 의료 기술을 인정받으며 각국 부유층들이 난치병 치료를 받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한국은 이번 명단엔 오르지 않았지만 PBB로부터 “K팝도 훌륭하지만 성형수술과 항암치료 등 의술도 뛰어난 국가”라고 호평받았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의료 관광객 수는 15만명 수준이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