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2분기 잠정 영업이익 9조5000억원은 증권회사들의 평균 추정치(10조1000억원)보다 6000억원 적었다. 일부 증권사 추정치와는 1조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지난 2년간 추정치와 실제 발표된 실적 간 괴리가 2000억~4000억원을 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올 2분기엔 애널리스트들이 크게 ‘헛발질’을 한 셈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 정보기술(IT)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지난달 7일 외국계 증권사 JP모건이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9조7000억원대로 낮추면서 주가가 6% 이상 급락하자 ‘과도한 우려’라며 일제히 반박에 나섰다. 이후 기대치가 너무 높았다는 자성론이 나오며 눈높이를 낮추긴 했지만, 여전히 10조원대 이익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자 ‘실망스럽다’ ‘역시 기대가 너무 컸다’는 평가와 함께 크게 벗어난 추정치에 대한 해명을 늘어놓느라 바빴다.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은 “스마트폰 100만대에 영업이익이 2000억~3000억원씩 달라지는데 분기당 판매량이 1억대에 달하는 상황에서 1~2%포인트 차이까지 잡아내기는 어렵다”고 항변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영업이익을 산출하는 데 중요한 제품별 마진율을 삼성전자가 정확히 공개하지 않아 추정치 격차가 클 수밖에 없다며 회사 측에 책임을 전가했다.

심지어 한 애널리스트는 “실적을 점검하면서 영업이익이 당초 추정치보다 못할 걸 예상했지만, 게을러서 수정 보고서를 내지 못했다”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괜찮을 것”이라고 자신하던 하반기 전망에 대해서도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애널리스트가 기업실적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시가총액 비중이 17%에 달하는 삼성전자가 국내 증시의 향방을 좌우하는 만큼 전문가들의 실적 전망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껏 부풀려진 기대에 주가가 150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만 봐도 그렇다.

좀 더 냉정한 애널리스트의 분석 능력이 아쉬운 대목이다.

‘주가가 싸니까 오를 것’이란 전망은 너무 옹색하다. ‘실적 대비 주가가 바닥 수준’이란 평가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쉽게 반등하지 못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강지연 증권부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