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활주로에 매우 낮게 접근…기체 결함이냐 조종 실수냐
(2) 비상 안내방송 없어…돌발상황 벌어졌나
(3) 꼬리·뒷바퀴 어느 부분이 먼저 부딪혔나
美 교통안전위, 기장·승무원 등 조사 시작
7일 외신과 목격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사고기는 바다 쪽에서 낮게 날면서 활주로에 접근하다가 기체 뒷부분이 방파제에 부딪혔다. 그 뒤 기체는 훼손된 상태로 활주로를 따라 심하게 미끄러지다 멈춰섰다. 이후 승객이 탈출한 뒤 기체에 화재가 나 동체 중간 부분과 천장이 대부분 불에 탔다. 사고 현장을 보면 바다와 활주로 초입에는 부러진 꼬리 날개 등 파편이 흩어졌고 동체는 활주로 왼쪽으로 튕겨져 나갔다.
지금까지 발표된 내용을 재구성한 뒤 의문점을 짚어봤다.
① 낮은 고도로 비행한 이유 뭘까
착륙 직전 여객기는 낮은 고도에서 비행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정상적으로 착륙하려면 항공기 앞쪽이 살짝 들린 수평에 가까운 상태에서 300m가량 떨어진 착륙 지점에 내려와야 한다. CNN 등 외신은 그러나 “비행기 앞부분이 정상보다 많이 들려 있었다” “각도가 이상했다” “착륙 도중 비행기가 위로 올라가려고 가속을 했다”는 목격자의 증언을 잇따라 보도했다.
만약 조종사가 착륙 도중 기체를 들어 올렸다면 항공기 추력이 떨어져 정상 고도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급작스레 기수를 들어올렸다가 실패한 뒤 정상 착륙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기체 뒷부분이 부딪혔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항공기 추력이 떨어지면서 고도가 급격하게 낮아진 이유를 밝히는 게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 전문가들은 중력 제어 시스템 등 기체 결함, 조종사 과실, 기상 변수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사고 항공기는 한 달 전에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기체 엔진 한쪽에 기름이 새는 것이 발견돼 20시간 넘게 정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다만 아시아나항공은 계획정비를 받았다며 엔진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갑작스러운 하강 기류 발생 등 기상 변수 가능성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이 태평양과 연결된 만에 위치해 있어 착륙이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송병흠 항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위에서 아래로 강하게 내리꽂는 ‘순간 돌풍’으로 비행기가 충분한 고도를 확보하지 못하는 바람에 이번 사고가 일어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② 왜 비상 안내방송을 못했나
사고기는 착륙 당시 승객들에게 비상착륙에 대한 안내방송을 내보내지 않았다. 기장이 기체 결함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거나 인지했더라도 승객들에게 알릴 시간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와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이 항공기는 비행 중 특이사항이나 고장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 기체에 이상이 있으면 아시아나항공 통제센터에 자동으로 메시지가 뜬다. 착륙 직전까지 이상이 없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국토부는 사고 여객기 기장이 착륙 전 공항 관제탑에 구급차량 대기를 요청했다는 관제탑과의 교신 내용에 대해 “착륙 이후 이뤄진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 항공 전문가는 “안내방송은 항공사와 조종사가 기체 결함을 알았다는 증거가 된다”며 “항공사와 제작사 간의 책임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③ 충돌, 뒷바퀴냐 꼬리 부분이냐
항공기의 첫 충돌 부위가 뒷바퀴인지 꼬리 날개인지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일부 외신들은 여객기가 방파제에 부딪혀 랜딩기어가 부러지면서 미끄러졌다고 보도했다. 뒷바퀴가 먼저 충돌했다면 기체 결함 중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아 사고가 났을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다.
한편 샌프란시스코 공항 활주로의 자동항법장치 이상도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사고 여객기가 비상 착륙한 샌프란시스코 공항 활주로는 사고 당일 자동항법장치 이상으로 착륙 유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 측은 활주로의 문제 가능성을 일축했다.
○사고 원인 규명에 최장 2년
국토부는 공식 브리핑에서 “조사단을 통해 사고 원인을 파악 중”이라며 “조사 기간은 6개월에서 최장 2년까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국토부 사고조사단은 비행기록장치(일명 블랙박스) 조사 및 관계자 면담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게 된다.
정밀한 충돌 원인 조사는 국제기준에 따라 사고 발생지인 미국의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주도 아래 진행된다. NTSB는 사고 직후 기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의 신원을 확보해 정확한 활주로 충돌 경위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NTSB는 이날 아시아나항공 OZ214편의 블랙박스를 회수해 분석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전예진 /이지훈/김대훈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