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권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과 조사관계자들이 7일 현장 조사를 위해 특별기로 이동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박정권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과 조사관계자들이 7일 현장 조사를 위해 특별기로 이동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탑승객들은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리는 순간 평소보다 조금 더 큰 충격을 느꼈다. ‘별일 아니겠지’라고 생각하고 다시 눈을 감으려는데 처음보다 10배는 더 큰 ‘쿵’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진동이 느껴졌다.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던 10대 한국인 탑승객은 “기체가 치솟았다가 내려가더니 땅에 부딪혔다”면서 “기체 천장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산소마스크와 함께 적재함에서 짐들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떨어진 짐에 맞아 승객들이 많이 다쳤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한 한국인 여중생도 “순간 마치 지진이 난 것 같았다”고 전했다.

다른 승객은 “바퀴가 땅에 닿는 소리가 평소보다 커 ‘러프하게 랜딩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잠시 후 두 번째 ‘쿵’ 하는 소리가 들렸고 몸이 크게 흔들릴 정도였다고 전했다.

충돌 뒤 기내 뒤쪽에서 연기가 올라왔다.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자리에 앉아 있어 달라며 진정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창밖을 바라보던 승객이 “불이야”라고 소리를 지르자 놀란 승객들이 대피구를 찾기 시작했다. 이어 “빨리 탈출하라”는 조종사의 목소리가 들리자 승객들은 용수철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국인 탑승객인 벤저민 레비는 현지 언론에 “많은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면서 “다행히 많은 승객들이 탈출한 뒤에 불이 났다”고 전했다. 한국인 여중생은 “일부 젊은 승객이 짐에 깔려 부상한 할머니를 부축해 함께 기체를 빠져나오는 등 비교적 질서 있게 대피했다”고 전했다.

이날 생존자의 대부분은 기체 앞쪽과 중앙에 앉아 있었다. 팰러앨토에 거주하는 한 한국인 승객은 “중간에 앉은 승객들은 안전하게 대피했지만 꼬리 부분에 있던 승무원이나 탑승객들은 모두 밖으로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의 한 정보기술(IT)업체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엔지니어는 “신발도 못 신은 채 탈출한 뒤 돌아보니 기체 반대편 날개 부분에서 시커먼 연기가 솟아 올랐고 소방차들이 속속 도착했다”고 말했다.

이후 승객들은 약 두 시간 동안 땅바닥에 앉아 비행기의 상단부가 불길에 휩싸이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테러 가능성을 조사하기 위해 입국 수속이 끝난 승객들을 기다리게 했다. 일부 승객은 사고가 난 지 6시간 만인 오후 5시30분이 돼서야 입국장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사고 당시 공항 탑승구에서는 중국 항공학교를 막 졸업한 조종사가 사고 장면을 지켜봤다.

그는 중국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비행기 앞바퀴와 꼬리 날개가 방파제에 부딪혔다”며 “비행기가 곧 활주로를 이탈했고 꼬리 부분 수직 날개와 수평 날개가 모두 날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상 슬라이드가 제때 펼쳐졌지만 기내에 난 불이 점점 세지고 흰 연기가 나다 검은 연기로 바뀌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자세히 묘사했다.

공항 인근에서 사고를 목격한 사람들도 끔찍했던 사고 장면을 전했다. 인근 바다에서 낚시를 하던 마이크 머피는 CNN에 “꼬리 부분이 방파제에 먼저 닿은 후 비행기가 올라갔다가 가파른 각도로 땅으로 곤두박질쳤다”고 전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