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프랜차이즈 CEO] 전재산 2000만원 프로그래머, 돈까스로 대박난 비결
자영업자 600만명 시대를 맞았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뿐 아니라 2030 젊은층도 창업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취업난을 겪는 2030 세대들이 구직 대신 창업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성공한 2030 프랜차이즈 대표들로부터 창업 노하우를 들어봤다.

컴퓨터 밖에 모르던 프로그래머에서 매장 수 8개 돈까스 프랜차이즈 대표로
고객 이름·취향·좋아하는 안주까지 전부 외워 '충성고객' 늘려


김대영 별리달리(39·사진) 대표는 13년 된 중고 카렌스를 탄다. 손에는 습진이 가득하다. 한 달에 수천만 원씩 벌지만 돈을 쌓아 놓는 법이 없다.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되돌려준다. 장사도 요리도 프랜차이즈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그가 어떻게 매장 수 8개의 프랜차이즈 대표가 됐는지 그 사연이 궁금했다.

"첫 사회생활을 조그만 IT 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시작했어요. 3년 정도 일했는데 업계 선배들이 다른 업종으로 이직하거나 다른 분야 공부를 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어요. 나보다 앞서서 일했던 사람들이 이 업계에서 발을 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 거죠. 그런 모습을 보니 마음이 답답했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찾아왔어요."

김 대표에게 다른 업종으로의 이직은 쉽지 않았다. 배운 거라곤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전부였기 때문. 그의 나이 30살, 창업을 결심했다. 직장생활하며 모았던 2000만 원을 갖고 외지고 허름한 건물 지하에 주점을 냈다. 여윳돈이 없어 인테리어부터 시공까지 직접 김 대표 스스로 하며 비용을 아꼈다.

"자금이 부족하니 상권분석 시장조사 이런 것들은 꿈도 못꿨죠. 2000만 원으로 매장을 낼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없었으니까요. 이 돈으로 가게를 임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죠. 테이블 8개를 차려 놓고 장사를 시작했는데 한 달 내내 파리만 날렸습니다. 회사에서만 일하다보니 가게 운영하는 법을 아예 몰랐던 거죠."

김 대표는 동네를 돌며 전단을 돌리고 쿠폰을 나눠줬다. 어쩌다가 한두명씩 찾아 오는 고객들의 이름을 전부 외웠다. 자주 찾는 안주가 무엇인지, 같이 오는 친구는 누구인지, 요새 관심사는 무엇인지 등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당신은 우리 가게의 VIP'라는 느낌을 주려고 공을 들였다. 시간이 지나자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어느 매장이나 단골 고객의 비율이 80%라면 지나가다 한 번 정도 들리는 고객은 20% 정도예요. 그만큼 충성 고객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매출이 달려 있는 거죠. 다윗이 골리앗과 싸울 때 불리한 조건에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급소를 쳤기 때문이잖아요. 고객들이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는 것, 그것이 고객들의 급소입니다."

줄곧 텅텅 비어 있던 테이블은 고객들로 붐비기 시작했고 파리만 날리던 가게는 어느새 월 2000만~30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번 돈으로 그는 돈까스 프랜차이즈인 별리달리를 차렸다. 돈까스라고 다를 건 없었다. 고객들의 '급소'를 건드린 건 매한가지. 매출이 오르면 오를 수록 식자재 비율도 같이 올려 고객들에게 보답하고자 했다.

김 대표는 현재 돈까스 전문점인 별리달리를 비롯해 총 8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매장을 10개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지만 직원들에게 공격적인 확장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매장 하나하나의 자생력과 직원들의 만족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업이 확장되면 아무래도 관리가 소홀할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미래가 불투명하던 프로그래머에서 매장 8개의 프랜차이즈 대표로 변신한 그는 2030 예비 창업인들에게 "재밌고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이미 창업은 50% 진행된 것"이라고 조언했다.

"창업을 하는 이유가 젊은 나이에 큰 돈을 만지고 싶어서라면 그건 묻지마 창업에 가까워요. 창업의 이유가 돈이면 실패할 확률이 높은 거죠. 근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으면 돈은 저절로 따라와요. 나 스스로에 대해 분석이 끝난 뒤 창업을 하면 이미 절반은 해낸 셈입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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