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엔 역동적인 '발명 DNA'가…
김영민 특허청장 kym0726@kipo.go.kr
미국의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는 희곡 ‘유리동물원’에서 주인공 ‘로라’의 캐릭터로 ‘파란 장미’를 썼다. 다리를 저는 장애로 세상과 단절돼 현실에 없는 것처럼 사는 로라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식물육종학자에게 파란 장미는 꿈같은 존재였다. 납을 황금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연금술사처럼 말이다.
2009년 꿈같은 일이 현실이 됐다. 파란 장미가 탄생한 것이다. 일본 산토리사가 유전자 조작기술로 팬지꽃에 있는 파란색 유전자가 장미에서도 발현되도록 한 것이다. 육종 전문가들이 파란 장미 만드는 시도를 한 지 800년 만에 이룬 성과라고 한다.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이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이후 파란 장미의 꽃말은 ‘불가능’에서 ‘기적(miracle)’으로 바뀌고 있다.
기적의 파란 장미를 생각하면서 필자는 50~60년 전의 우리나라를 떠올려 본다.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굶주린 배를 움켜쥐어야 했던 가난한 나라.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되는,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 중 하나였던 우리나라 말이다. 그때 누군가가 우리나라가 50년 뒤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될 거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파란 장미의 꽃말처럼 “불가능한 일(It’s impossible)”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우리는 ‘불가능’을 ‘기적’으로 바꾸었다.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유일한 나라가 된 것이다.
이런 기적을 만든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교육열, 근면성, 검소함 등 여러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지만, 필자는 우리의 창조적인 ‘발명 DNA’를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세계에서 9번째로 특허등록 건수 100만건을 돌파하고, 특허출원 세계 4위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왕성한 발명 DNA가 제품에 산소같은 아이디어를 공급했고, 주력산업에서 핏줄같은 역할을 했으며, 역동적인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됐다. 창조경제 시대에는 이러한 발명과 지식재산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제 우리의 발명 DNA가 발현된 지식재산이 ‘파란 장미정원’을 가꾸는 밑거름이 되게 하고자 한다.
김영민 < 특허청장 kym0726@kipo.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