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라이프치히에서 7일(현지시간) 열린 42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시상식에서 원현우 선수(왼쪽 두 번째)가 철골 구조물 금메달과 이 대회 MVP를 수상한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7일(현지시간) 열린 42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시상식에서 원현우 선수(왼쪽 두 번째)가 철골 구조물 금메달과 이 대회 MVP를 수상한 뒤 기뻐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제공
미래 한국의 산업기술 역군들이 유럽에서 35년 만에 ‘완승’을 했다. 지난 8일 새벽(한국시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막을 내린 제42회 국제기능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은 46개 종목 중 37개 종목에 출전, 모든 종목에서 입상하며 통산 18번째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금메달 1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6개, 우수상 14개 등이다.

만 17~22세 청년들이 출전하는 이 대회에서 한국팀이 전 종목 입상을 한 것은 1978년 부산 대회 이후 35년 만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데는 마이스터고 출신 선수들의 역할이 컸다. 37명의 한국팀 입상자 가운데 9명이 마이스터고 출신이었다. 마이스터고인 경북기계공고를 졸업한 이규철 선수(19)는 정보기술 분야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한국 선수가 정보기술 분야에서 금메달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하이텍고를 나온 김우열 선수(20)가 냉동기술 분야에서, 충북반도체고를 나온 조용구 선수(19)가 웹디자인 분야에서 각각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용구 선수는 “일부 심사위원들이 ‘시간 내 과제를 완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로 경기가 어려웠는데 참가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과제를 완성해 기쁘다”며 “언젠가는 페이스북을 능가하는 웹사이트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충북보건과학대의 강동석 선수(20)도 주목받았다. 강 선수는 제과 분야의 전통적 강국인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을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팀의 사상 첫 제과 분야 금메달이다. 강 선수는 왜소한 체격을 극복하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종합 격투기를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4일간 22시간의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적인데 꾸준히 해온 운동이 뒷받침이 됐다”며 “제과 본고장으로 유학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철골구조물 직종에 출전한 원현우 선수(21)는 전 직종에서 최고 성적을 거둔 사람에게 주는 ‘알버트비달상’을 받았다. 한국팀은 이에 따라 2011년 런던 대회 이후 2회 연속 이 상을 받았다. 원 선수는 고등학교 때 판금 직종으로 세계 무대에 도전했지만 평가전에서 탈락해 국가대표 마크를 달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원 선수는 “권투 선수가 체급을 올리듯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왔다”며 “한 방을 바라기보다 꾸준히 긴 시간 동안 노력해온 게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대표 선수단은 오는 11일 오후 1시2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선수단장을 맡은 송영중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이번 종합 우승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기술을 배운 사람이 제대로 대우받는 능력중심 사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