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황모(57)씨. 그는 최근 여윳돈 2억원을 어디에 투자할까 고민 중이다. 이 돈을 은행권에 넣어두자니 이자가 성에 차지 않고, 주식에 직접 투자하자니 증시 변동성이 심해 불안하기만 하다. 그는 안정적인 투자 수익과 절세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금융상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

○초저금리 시대 절세상품 인기

선진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 일본 ‘아베노믹스’에서 비롯된 엔화 약세, 이집트 등 중동지역의 정국불안 심화 등 글로벌 이슈가 부각되면서 세계적으로 주식은 물론 채권, 원자재 등 모든 자산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부채와 재정절벽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중국도 높은 물가와 부동산 거품 경고 등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초저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투자할 곳을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세금을 줄여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져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절세상품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발표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장기주택마련펀드 등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폐지되고, 장기채권의 분리과세 요건이 강화되는 등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금융상품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얼마 전 조세연구원이 ‘과세형평 제고를 위한 2013년 비과세, 감면제도 정비에 대한 제언’ 공청회를 열어 기획재정부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정부안을 확정, 오는 8월 세제개편안에 반영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과세, 감면 혜택 축소에 대한 기업과 투자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세후수익률 감안 포트폴리오 관리해야

은행 이자는 성에 안차고…주식투자는 불안하고…연금저축계좌 등 절세상품으로 '고민 탈출'
올 하반기 금융상품 투자전략을 꼽자면 세후수익률을 감안한 포트폴리오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재정 확충을 위해 비과세 혜택을 줄이기로 한 만큼 세후수익 개념의 자산운용 전략이 필수다. 또 저성장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목표 수익률은 ‘실세금리+알파(α)’ 정도로 잡는 것이 필요하다.

남아 있는 절세상품을 최대한 활용해 투자자산을 배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기존 과세상품의 비중을 줄이면서 브라질 국채나 연금저축계좌상품 등 절세 상품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수익확정시점도 분산할 필요가 있다.

월지급식 상품이나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로 수익이 나오는 시점을 분산시켜 동일한 금융소득으로 종합과세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주식형펀드 여전히 유망


하반기 투자상품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따져봐야 할 항목은 안정성과 절세 여부다. 그런 면에서 국내 주식형펀드는 여전히 유망한 투자상품이다. 펀드에 투자했을 때 발생하는 수익(주식 매매차익, 배당수익 등) 중 주식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주가 상승으로 평가액이 늘어도 실제 부과되는 세금은 훨씬 적다는 의미다.

반면 주식형펀드는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적립식 상품과 안정적인 우량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에 골라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서 1800선으로 크게 하락하면서 가격 부담이 줄어든 지금이 국내 주식형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향후 미국의 양적완화 진행 여부와 엔화 환율의 추이를 살피면서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를 대비해 매수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은 남겨둬야 할 것이다.

○연금저축계좌 ‘노후준비+절세효과’
연금저축계좌는 절세와 노후 준비를 한번에 할 수 있는 상품으로, 최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인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연금저축에 투자해 받는 이자와 배당은 투자자가 연금을 받을 때 3.3~5.5%의 연금소득세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가입에 나이 제한이 없고, 매년 180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다. 최소 적립기간은 5년이며, 적립기간 만료 후 55세 이후부터 연간수령 한도 내에서 연금을 수령하면 연금소득세로 저율 과세된다. 급여소득자에게는 연 400만원 한도에서 납입금액의 100%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소득공제 한도인 400만원을 넘겨 납부한 적립원금은 언제든 세제상 불이익 없이 인출이 가능하다.

또 하나의 계좌로 다양한 연금저축펀드를 편입해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어 효율적인 연금자산 운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좀 더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브라질 국채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브라질 국채는 최근 6%에 달하는 토빈세(금융거래세) 폐지로 비용 부담이 줄어든 데다 한국과 브라질 간 조세협약으로 이자소득은 전액 비과세되는 장점이 있다. 환율 차이로 인한 수익에도 세금은 부과되지 않는다.

때문에 국내에서만 4조원 이상의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대중교통요금 인상에 반발해 벌어진 시위, 브라질 경제 둔화 우려, 국제신용평가사들의 브라질 신용등급 강등 경고 등으로 헤알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 투자시점을 분산하거나 일부 자산을 멕시코 채권 등에 분산 투자하는 통화 다변화 전략이 필요하다.

○월지급 ELS·해외ETF로 과세시점 분산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과 해외ETF 상품은 과세 시점을 분산하는 데 효과적이다.

월지급식 ELS는 설정 시 조건에 부합될 경우 매월 이자가 지급되는 상품이어서 세금을 내야 할 시점을 분산시킬 수 있다. 특히 최근 코스피지수가 하락하면서 원금손실의 기준이 되는 구간(knock-in)이 크게 낮아져 하반기 투자상품으로 유망하다.

은행 이자는 성에 안차고…주식투자는 불안하고…연금저축계좌 등 절세상품으로 '고민 탈출'
해외펀드의 경우 매매차익과 이자소득, 환차익 등 펀드에서 발생한 모든 소득에 대해 15.4%의 세율로 과세가 된 후에도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해외주식 ETF의 매매차익은 양도소득세로 분류돼 22%의 세금을 무는 것으로 납세가 종결된다.

연간 매매로 인한 차익과 손실을 모두 합한 수익금 중 250만원을 기본 공제한 나머지 금액이 과세 대상이어서 유리하다. 소액으로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라면 해외ETF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배성민 <대신증권 상품전략부 팀장 sm7322@daish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