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국가정보원이 군사독재 시기 정권의 하수인이었던 중앙정보부나 국가안전기획부와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가?"

부산대 교수 118명은 국정원의 선거 개입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관련, 9일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이 같이 말했다. 이들은 국정원의 헌정 질서 유린과 경찰의 수사 축소·은폐를 강력 규탄했다.

지난달 말부터 각 대학 교수들이 참여해 릴레이 시국선언을 펼치고 있지만, 한 대학에서 100명 이상의 교수가 대거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부산대 교수들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특정인 당선을 위해 대선에 적극 개입한 행위가 드러났고, 남재준 현 국정원장도 불법적 대화록 공개에 앞장섰다"며 "일련의 국기 문란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결코 '남의 일'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진상 규명을 지시하고 사건의 전모를 명백히 밝혀 국민에게 보고해야 할 것"이라며 "공권력 사유화와 국가권력기관의 헌정 질서·기본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중앙대 교수 58명도 시국선언을 발표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공포의 대상이었던 과거 정보기관의 유령이 다시 이 땅에 떠돌고 있다"며 "대통령은 직속기관인 국정원의 국기 문란 행위를 국민에 사과하고 책임자 엄벌과 함께 국가기관의 정치 개입을 원천 차단할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전날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조, 학술단체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등 진보 성향 교수·학술 4단체가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안의 처리가 박근혜 정부의 민주적 정통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며 "철저한 수사, 대대적 국정원 개혁 등의 조치와 함께 정부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달 초 성공회대(48명) 조선대(25명) 덕성여대(21명)동아대(19명) 배재대(17명) 교수들도 잇따라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교수들은 사건 진상 규명과 박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또한 대화록 공개로 인한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 등의 '물타기'를 시도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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