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에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관련 ELS가 큰 인기를 끌었다.하지만 HSCEI를 기초자산으로 구성한 ELS 발행이 증가하면서 과도한 쏠림현상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ELS 투자자 "홍콩이 좋아" … 유럽은 '외면'
9일 동양증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엔 직전 반기보다 24.7% 증가한 24조2000억 원 어치의 ELS가 발행됐다. 이중 해외지수형이 15.6% 증가한 19조9701억 원 어치 발행돼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HSCEI로의 쏠림 현상이 특히 두드러졌다. 기초자산을 'HSCEI·KOSPI200' 조합으로 설정한 ELS가 올 2월부터 5개월 연속 가장 많이 발행됐다.

올 상반기 'HSCEI·KOSPI200' 조합의 ELS는 5조430억 원 어치 팔렸다. 이에 따라 작년 하반기 최대 발행 조합이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코스피200'이 올 상반기엔 'HSCEI·KOSPI200'으로 변경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HSCEI가 조정받고 있다는 점에 비춰 과도한 쏠림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HSCEI는 최근 2년간 고점과 저점이 1만2000, 8800 부근에 형성돼 변동성이 큰 만큼 안전한 상황이라고 자신하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HSCEI에 대한 국내 ELS 시장의 의존도가 너무 높다" 며 "장기적으론 HSCEI 및 S&P500 이외 기초자산에 대한 개발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08년 하반기 등 사례에 비춰 특정 지수에 적정 규모 이상의 자금이 쏠릴 경우 해당 지수 흐름이 악화되면 해당 상품에 투자한 거의 모든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HSCEI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1분기 초까지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였으나 2분기 들어 조정을 받았다. 지난 2분기 수익률은 -14.5%였다.

다행히 관련 ELS들은 아직 손실구간(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에 접어들지 않았으나 중국 경기 불안 등 불확실성 요인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성연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신용경색 우려가 일단락됐지만 경기 문제와 기업공개(IPO) 이슈는 여전히 남아있다" 며 "다음주 중국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 때까지 단기적으로 HSCEI의 동성 확대가 불가피하고 GDP 확인 후 중기 전망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럽 관련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ELS의 경우 투자자들의 관심권에서 멀어진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4,5일 유로스탁50과 코스피200이 기초자산인 ELS를 공모했으나 발행이 무산됐다. 총 100억 원 규모로 모집했지만 한 건도 청약되지 않았다. 유로스탁50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들의 블루칩 종목 50개를 골라 구성한 지수.

김은주 한국투자증권 파생상품솔루션(derivatives solution) 팀장은 "ELS 기초자산 다양화를 위해 유로스탁50을 활용한 공모 ELS를 준비했으나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호창 하나대투증권 파생상품실 실장은 "미국(S&P500)과 홍콩(HSCEI) 증시 관련 기초자산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 상품 개발 때 이를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