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고속정 납품 대금 반환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부(부장판사 한영환)는 최근 한진중공업이 “불가항력 등에 의해 공정이 지연된 만큼 이미 낸 지체상금과 이에 대한 지연 이자 등 26억원을 돌려달라”며 대한민국을 상대로낸 물품대금 소송을 기각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 조건에 비춰 보면 원고는 원고의 귀책사유 없이 납품 기한을 지키지 못했음을 증명해야 지체상금 지급 의무를 면한다”며 “자신의 계획대로 시운전이 실시되지 못했다는 점만을 주장·입증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미리 계획한 공정 내용 △원고의 귀책 없는 사유로 계획한 공정을 진행하지 못한 사실 △그 기간 동안 다른 공정을 진행할 수 없었던 사실 △실시하지 못한 공정을 다른 날 진행한 사실 △그날이 오로지 실시하지 못한 공정을 진행하기 위한 날이었다는 사실 등을 모두 직접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진중공업은 2008년 차기 고속정인 검독수리 PKX-A 6~9번함 등 4척을 건조해 각각 2011년 5월~8월까지 인도하기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방위사업청과 맺었다. 최종 계약금은 약 1222억원으로, 납기 지연시 1일 0.15%의 이자로 지체상금을 내기로 했다. 그러나 이후 관급업체에서 납품받은 가스터빈 등 장비 결함과 기상 조건 악화로 인한 시운전 연기 등으로 납기를 준수하지 못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계약에 따라 계약금액에서 19억여원을 지체상금으로 징수하고 남은 금액만 지급했다. 그러자 한진중공업은 “불가항력 또는 관급품 하자로 인해 공정이 지연된 것이기 때문에 지체상금을 낼 의무가 없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일부 관급업체 책임이 있으나 납품 지체에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풍랑주의보로 인해 시운전을 하지 못했거나 항해배열 지원세력이 지원되지 않은 것도 불가항력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