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착륙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 214편(보잉777)의 '관숙비행' 중인 기장과 '초보교관' 부기장 조합이 문제가 됐다. 그러나 조종사의 경험 미숙을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청주대 항공운항과 조환기 교수는 9일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기장과 부기장의 문제는 여러 간접적 요소 중 하나일 순 있지만 직접적 원인이라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단계에선 명확히 판단할 수 없으며 어떤 게 특정한 원인이라고 단정 지어 말하기도 어렵다"고 전제한 뒤 "다만 기체 결함이나 기상 요건, 관제탑과의 교신 등 여러 변수보다 조종 미숙이 더 큰 요인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 교통안전위원회(NTSB)의 브리핑대로 비상구호 요청이나 조종사 간 대화에 이상 징후가 없었다 해도 조종사 과실로 곧바로 연결시키기 어렵다는 것이다.

충돌 1.5초 전 착륙을 포기하고 기수를 올리려다 실패했던 점 역시 기계 반응속도 차이 또는 기체 결함으로 볼 여지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조 교수는 "마지막 순간에 출력을 높였는데 제대로 반응하지 않았다는 조종사 진술을 감안하면 기체가 순간적 변화에 곧바로 반응하지 못한 것"이라며 "자동차 액셀을 밟아도 어느정도 텀을 두고 반응하는 것처럼 약간의 지연 현상과 하강하는 비행기 관성으로 인한 곡선경로 상 문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착륙 순간에 기체 결함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최기영 교수는 "확률의 높고 낮음이 문제일 뿐, 기체 결함 가능성은 상존한다고 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최 교수는 "인천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잘 운항하다 하필 마지막 착륙 시점에 결함이 생길 수 있느냐고 의문을 표하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5년 전 영국에선 추위로 연료 속 수분이 얼어 있어 운항 중엔 문제 없다가 착륙 직전에 녹으면서 출력이 급격히 떨어져 비상착륙한 사고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항공 전문가들은 또 연이어 사고가 발생한 보잉사 항공기 기종의 결함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고 답했다. 올 초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운항 중단조치를 내린 B787 기종의 경우 리튬 배터리를 새롭게 적용해 이번에 사고가 난 B777 케이스와는 별개로 봐야 한다는 것.

NTSB가 조종석 녹음 및 비행기록장치(블랙박스)를 정밀 분석하기 시작한 만큼 성급한 추측을 자제해야 한다는 조언도 곁들였다. 국토교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조사 기간은 6개월에서 2년까지 걸릴 수 있다. 어느 나라든 동일·유사 항공기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정밀 분석이 진행되므로 기간이 오래 걸린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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