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보험료 인상안을 다수의견으로 채택함에 따라 국민연금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발전위는 인상률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소득의 9%를 물리는 현행 보험료를 13~14%로 올리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앞서 복지부 산하 보건사회연구원도 보험료를 단계적으로 13%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정부안은 전혀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지만 발전위 안을 토대로 오는 9월까지 보험료 인상 여부를 포함한 제도개선안을 확정해야 한다.

복지부 주변에서 보험료 인상안이 연이어 나온 것을 보면 정부가 군불을 땐다는 느낌을 준다. 국민연금이 지금 상태로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어들고, 연금을 탈 사람은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저출산 고령화 탓이다. 국민연금은 2044년부터 줄기 시작해 2060년이면 완전히 바닥난다. 지금 20~30대는 평생 보험료를 내도 받는다는 기약이 없다. 최근 국회에서 논란이 된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보장을 법제화한들 달라지는 것은 전혀 없다. 정부가 가입자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보험료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진짜 문제는 역대 정권마다 진실을 외면하고 감추기에 급급해왔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2000만 가입자가 각자 낸 돈에 이자를 붙여 노후에 돌려받는 저축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내가 낸 돈은 현재 은퇴세대가 받아가고 나의 노후는 자식세대에게 의탁해야 하는 세대간 부조(扶助)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이 많다. 이런 불편한 진실을 은폐한 채 보험료만 올리는 것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더 내고 덜 받는 것을 소위 연금 개혁이라고 호도하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

국민연금의 모델이었던 일본 공적연금은 이미 파탄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 일본의 58세 이하는 자신이 낸 돈조차 다 못 받는 구조이고, 연금납부율은 57%에 불과하다. 이것이 한국 국민연금이 직면할 미래 모습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진실을 말해야 한다. 장관이나 의원이나 자신의 임기만 넘기면 그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