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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라이프] 하이트가 하이트에 멈췄을때, 오비는 카스로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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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코치

    15년 만에 다시 뒤바뀐 1,2등…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뭐가 달랐나

    OB의 성공
    OB브랜드 버리고 젊은 층 겨냥…카스 내세워 1위 탈환

    하이트의 실패
    과점에 취해 혁신 놓쳐…진로 인수 시너지 못내
    [비즈&라이프] 하이트가 하이트에 멈췄을때, 오비는 카스로 내달렸다
    국내 맥주시장 1위는 오비맥주다. 1996년 7월 하이트진로에 왕좌를 내준 오비는 15년 만인 2011년 10월 전세를 역전시켰다. 1등이 2등으로 내려앉았다 다시 1등이 된, 또는 2등이 1등으로 올라섰다 다시 2등으로 밀린 오비맥주(옛 동양맥주)와 하이트진로(옛 조선맥주)의 스토리는 경영전략 및 마케팅 관점에서 매우 드라마틱한 사례다. 두 회사는 1990년대 이후 한치 양보 없는 마케팅 경쟁을 펼쳐왔다.

    1990년대 초반까지 부동의 1위였던 오비맥주는 1993년 지하 150m 천연 암반수 콘셉트의 ‘하이트’를 앞세운 하이트진로에 조금씩 밀리다 3년 뒤 결국 2등으로 처졌다. 하이트진로는 당시 회사명 조선맥주가 아니라 하이트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새로운 전략을 썼다.

    와신상담하던 오비맥주가 1등을 되찾는 과정에도 비슷한 점이 있다. 오비맥주는 2007년부터 오래되고 익숙한 ‘오비’가 아닌 젊은층이 선호하는 ‘카스’ 브랜드를 앞세웠다. 이 전략이 먹혀들자 ‘OB 골든라거’를 통해 오비 브랜드의 부활에도 눈을 돌렸다. 지금 카스와 OB 골든라거는 오비맥주 비상의 양 날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점유율 하락 요인으로는 우선 브랜드 노쇠화를 꼽을 수 있다. 게다가 2005년 소주업체 진로를 인수한 뒤 영업 및 마케팅 집중도가 약해진 면도 있다. 하이트 브랜드의 적절한 재활성화가 이뤄지지 못했고 맥스, 드라이피니시 등 후속 브랜드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시사 포인트 1문제의 본질은 시장 점유율을 빼앗는 게 아니다

    [비즈&라이프] 하이트가 하이트에 멈췄을때, 오비는 카스로 내달렸다
    오비와 하이트 간의 맥주 전쟁은 성숙 시장에서의 과점 경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최근 오비가 선전하고 하이트가 부진에 빠진 것은 눈에 보이는 현상이지만 정작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은 따로 있다. 물론 카스 브랜드에 집중한 투자와 2차 거래처에 대해 영업력을 강화한 오비의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반면 상대적으로 하이트 브랜드가 노쇠화하고 진로 인수 후 시작된 조직 통합이 영업 측면에서 일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과점 시장을 지배하는 오비와 하이트는 몇 %의 내수시장 점유율을 주고받으며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비자 사이에 국산 맥주는 맛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 지 꽤 됐다. 냉정하게 봤을 때 소비자 입맛이 변하고 있지만 오비나 하이트는 제품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 맥주시장의 강자인 기린이 혁신을 통해 ‘이치방 프로즌 나마’라는 신제품을 출시해 젊은 소비층을 끌어들이고 맥주시장 자체를 성장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이들에게 좋은 학습 사례가 될 것이다.

    문제는 과점 시장에 안주하면 혁신을 주도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대주주가 사모펀드 KKR인 오비의 경우 혁신보다는 기존 브랜드와 영업망의 효율성을 높여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치중할 가능성이 크다. 하이트도 과거 크라운 브랜드를 버렸던 개혁적 조치보다는 현안인 영업 시너지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게다가 당장 위협적인 경쟁자가 존재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절박한 위기의식과 이에 바탕을 둔 새로운 성장 비전일 것이다. 과거 삼성전자가 그랬던 것처럼 위기의식을 조직에 심어줘야 한다. 시장 점유율을 늘리거나 빼앗아 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세계 일류로 성장할 방법을 찾는 게 관건이다. 문제를 다르게 정의하면 접근법도 완전히 달라진다. 껍질을 깨는, 말 그대로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시사 포인트 2 자만심과 타성을 버려야 새로운 시장이 보인다

    [비즈&라이프] 하이트가 하이트에 멈췄을때, 오비는 카스로 내달렸다
    오비와 하이트의 뒤바뀐 시장 점유율은 기업이 타성에 젖어 혁신을 잃어버릴 때 어떻게 위기에 직면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성공한 기업일수록 위험이 따르는 혁신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커지는데 이럴 때 성공으로부터 생기는 자만에 빠져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오비와 하이트의 차이 < 오비맥주는 지난 영광을 되찾기 위해 자사의 오비 브랜드를 버리고 흡수 합병한 카스 브랜드를 내세워 시장 1위를 탈환했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최고경영진의 강한 의지가 이를 가능케 했다. 반면에 하이트는 브랜드 선호도가 하락한 반면 새로운 인기 제품을 내놓는 데 실패했다. ‘하이트’라는 기존 혁신 제품과 마케팅 성공에 안주해 지속적인 혁신을 이뤄내지 못하고 주춤하는 양상이다. >

    최근 외국 맥주의 공세와 하우스 맥주(microbrewery)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다양한 맥주 맛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거세지는 반면 1인당 알코올 소비는 줄어들고 있다(표 참조).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세분화하고 각 시장에 특화한 제품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시사 포인트 3 합병의 20%만이 성공…하이트진로가 자문해야 할 것들

    2005년 맥주시장 점유율 60%의 하이트가 소주시장 점유율 50%인 진로를 인수했다. 처음엔 하이트맥주와 진로 소주가 영업 관점에서 지역적 보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하이트의 진로 인수에 대해 조건부로 승인했다. 공정위의 조건에는 5년간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영업조직을 분리 운영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하이트진로는 2010년까지 유통망 공유와 영업직원 통폐합 등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업 전략에 제한을 받았다. 같은 거래처에 대해 소주 따로, 맥주 따로 영업해야 했다.

    하이트진로의 최고경영진은 “통합 법인이 출범하는 2011년부터 영업 조직이 본격 통합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시너지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이때부터 하이트진로는 오비맥주에 점유율을 역전당했다. 소주시장에서도 점유율이 하락했다.

    최근 기업들은 사업 범위나 경쟁 환경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역량을 얻기 위해 인수합병을 한다. 이때 최고경영진에겐 몇 가지 주요한 역할이 주어진다. 첫째는 ‘왜 인수합병을 하는지’와 ‘이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를 명확히 하고, 기업 내부(임직원)와 외부(시장, 투자자, 소비자)에서 잘 이해하도록 소통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임직원들이 인수합병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인수합병에 따른 공포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런 역할을 잘 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로버터 램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 등의 분석에 따르면 합병의 20%만이 성공한다. 버지니아대 다든경영대학원의 로버트 브루너 교수가 발표한 1971년부터 2001년까지의 인수합병에 대한 메타 연구에 의하면 인수합병은 피인수 기업의 주주에게 분명 이익이 된다. 그러나 인수 기업에는 경제적 이득을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필립 버거 교수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의 엘리 오페크 교수의 연구는 사업 다각화를 위한 인수합병의 경우 평균 13~15%의 가치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독점 규제가 인수합병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감소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공정위가 제시한 5년간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영업조직을 분리해 운영해야 한다는 조건 아래에서 경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수합병은 첫단추부터 불가능에 가까웠을지 모른다.

    ■ 도움말 주신 비즈 & 라이프 자문위원
    [비즈&라이프] 하이트가 하이트에 멈췄을때, 오비는 카스로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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