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성장률 하락을 알리는 경보음이 잇따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9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유럽의 장기 침체와 미국 경제의 회복세 둔화, 신흥국의 성장 저조를 우려했다. 미 백악관도 올해와 내년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신흥국 성장률 둔화 우려 수준

IMF, 성장 전망치 하향…세계 경제 '低성장 경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지난 7일 프랑스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개발도상국이나 저소득 국가가 아닌 신흥국이 우려된다”며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신흥국을 지목했다. 실제 IMF 보고서를 보면 신흥국의 성장률 전망치 하락폭(0.3%포인트)이 선진국(0.1%포인트)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선진국의 회복세 지연에 따른 대외여건 악화다. 이 결과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신흥국의 수출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IMF는 분석했다. 특히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1%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는 등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도 가시화되고 있다. IMF는 올 중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8.1%에서 7.8%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실물경제학자 18명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에서도 2분기 중국 경제 성장률은 7.5%(연율 기준)에 그칠 전망이다. 1분기보다 0.2%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IMF는 신흥국이 재정여력 감소 등으로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정책 수단이 부족하다며 통화정책 완화를 통해 하방위험에 대응하고, 금융안정을 위한 감독 및 거시건전성 조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도 성장률 낮춰

백악관 산하 예산관리국(OMB)은 9월 말 끝나는 2013회계연도에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에 그칠 것이라는 수정 경기전망 보고서를 8일(현지시간) 내놨다. 지난 4월 의회 예산안 제출 당시 전망했던 2.3%보다 낮아졌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해당 수치가 1.9%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OMB는 10월 시작되는 2014회계연도의 성장 전망치도 3.2%에서 3.1%로 낮췄다.

유럽에서도 안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장기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8일 유럽의회에서 “침체 장기화가 유로존의 최대 위협”이라며 “실물경제 위축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은행들 역시 취약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MF는 미국에 대해 재정긴축 속도를 조절하고, 중기재정 건전화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로존에 대해서는 부실자산 규모 파악과 유럽안정기금(ESM)을 통한 자본 확충, 상품·노동시장의 구조적 개혁을 통한 성장동력 확대를 권고했다.

세종=김우섭/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