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유명세가 익숙하지 않아요.”

63년 만에 3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한 뒤 미국 방송사 NBC의 투데이쇼, 골프채널의 모닝드라이브, ESPN의 스포츠센터 등에 잇따라 출연한 박인비(사진)는 다음날 뉴욕 시내를 돌아다니다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 깜짝 놀랐다.

박인비는 10일(한국시간) 미국 LPGA투어 매뉴라이프파이낸셜 LPGA클래식을 앞두고 대회장인 캐나다 온타리오주 워털루의 그레이사일로GC(파71)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그는 “골프장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익숙하지만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관심을 갖는 것은 이상하고 어색했다”며 “전에 익숙하지 않았던 것들에 익숙해지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박인비는 지난주 휴식을 취하면서 약혼자 남기협 씨와 라스베이거스에서 살 집을 구하러 다녔다. 몇 개의 좋은 집을 봤는데 날씨가 너무 뜨거워 돌아다니기 힘들었고 골프 연습도 많이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아직도 자신의 골프에 개선할 점이 많느냐’는 질문에 “부족한 게 너무 많다. 볼 스트라이킹 능력이 기대에 못 미치고 때론 쇼트게임 기술도 모자란다. 멘탈도 마찬가지”라며 “매일 게임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한다. 여전히 발전할 여지가 있고 특히 멘탈 게임에 집중한다”고 답했다.

그랜드슬램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것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부담감을 숨기지 않았다. 박인비는 “한 번도 ‘캘린더 그랜드슬램’(한 시즌에 4대 메이저대회 석권)을 꿈꿔본 적이 없다”고 말한 뒤 “커리어 그랜드슬램만 해도 정말 운이 좋은 것”이라고 했다.

그랜드슬램으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묻자 “코스 밖과 코스 안의 나를 분리하려고 한다. 코스 안에서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없다. 코스 밖에서는 그랜드슬램 얘기를 안 들을 수 없다. 나도 사람이라 지금까지 누구도 못한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코스에서 그런 생각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코스에서는 골프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이어 “이번주에 집중하기 위해 평정심을 유지하는 멘탈이 필요하다”며 “지난 몇 주간 해온 것을 잊어버리는 것은 정말 힘들지만 마음을 새롭게 하고 새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12일 25번째 생일을 맞는 박인비는 “7월에 생일이 있어 매번 대회기간 중 생일을 맞게 된다. 이번주 생일 선물로 우승컵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US오픈 우승 뒤 기억에 남는 축하 인사로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축전을 받았고 아널드 파머는 우승할 때마다 이메일을 보내온다”고 했다. 파머는 박인비와 특별한 인연은 없지만 이전에도 에비앙마스터스와 나비스코챔피언십 등에서 우승했을 때 “훌륭한 일을 했다. 앞으로도 잘하기 바란다”는 격려 이메일을 여러 차례 보내왔다고 한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