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해를 품은 달', 화려한 무대 빈약한 음악…외화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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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더없이 화려했다. 하지만 속은 그만큼 알차지 못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지난 6일 막이 오른 뮤지컬 ‘해를 품은 달’(사진)은 공연이 진행되는 어느 순간부터 ‘외화내빈(外華內貧)’이란 말을 떠올리게 했다.
100만부 이상 판매된 동명 소설과 ‘김수현 신드롬’을 불러온 TV드라마를 뮤지컬로 만든 이 작품은 초반부터 화려하고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천 조각을 이어 만든 듯한 여러 겹의 막이 상하좌우로 움직이면서 깊이 있고 아름다운 공간을 연출한다.
단청 빛깔의 조명과 원색의 한복 의상 등이 수묵화 같은 영상과 어울리며 빚어내는 색채감도 볼 만하다. 장삼 자락과 탈 등 소품을 활용한 독무와 군무 등이 수시로 등장한다.
문제는 ‘차고 넘친다’는 점이다. 쉴 새 없이 펼쳐지는 볼거리는 극과 음악에 녹아들지 못한 채 시각적인 피로함마저 준다. 배우의 연기나 음악과 충돌해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왕이 된 이훤과 무녀 월로 부활한 연우의 ‘궁궐 몰래 데이트’ 장면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의 교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에 난데없이 장삼 자락 휘날리는 독무가 등장한다. 극 중 가장 인상적이고 매혹적인 장면에서 관객의 집중력을 흩트려 놓는다. 극은 소설과 TV드라마 내용을 그대로 무대에 옮기기에 급급하다. 인물 간 관계와 갈등 묘사가 세밀하지 않다. 소설이나 TV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면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
음악은 국악풍 가락을 기본으로 발라드 솔 재즈 로큰롤 랩 등을 뒤섞는다. 관건은 관객과의 소통이다. 몇몇 곡을 빼고는 귀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그나마 ‘살아있는 음악’도 아니다. 반주뿐 아니라 코러스 상당 부분에 ‘녹음된 음악’(MR)이 흐른다. MR로는 배우와 오케스트라의 호흡 나아가 연기와 조명, 의상, 영상, 춤 등을 포함한 무대 퍼포먼스와 음악의 결합이 주는 생동감과 묘미를 느낄 수 없다. 공들여 만든 대형 창작 뮤지컬이 초연부터 MR을 트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뮤지컬만의 감동을 주려면 볼거리보다는 극적 구성과 음악에 좀 더 신경 써야 했다. 공연은 오는 31일까지, 6만~10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100만부 이상 판매된 동명 소설과 ‘김수현 신드롬’을 불러온 TV드라마를 뮤지컬로 만든 이 작품은 초반부터 화려하고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천 조각을 이어 만든 듯한 여러 겹의 막이 상하좌우로 움직이면서 깊이 있고 아름다운 공간을 연출한다.
단청 빛깔의 조명과 원색의 한복 의상 등이 수묵화 같은 영상과 어울리며 빚어내는 색채감도 볼 만하다. 장삼 자락과 탈 등 소품을 활용한 독무와 군무 등이 수시로 등장한다.
문제는 ‘차고 넘친다’는 점이다. 쉴 새 없이 펼쳐지는 볼거리는 극과 음악에 녹아들지 못한 채 시각적인 피로함마저 준다. 배우의 연기나 음악과 충돌해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왕이 된 이훤과 무녀 월로 부활한 연우의 ‘궁궐 몰래 데이트’ 장면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의 교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에 난데없이 장삼 자락 휘날리는 독무가 등장한다. 극 중 가장 인상적이고 매혹적인 장면에서 관객의 집중력을 흩트려 놓는다. 극은 소설과 TV드라마 내용을 그대로 무대에 옮기기에 급급하다. 인물 간 관계와 갈등 묘사가 세밀하지 않다. 소설이나 TV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면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다.
음악은 국악풍 가락을 기본으로 발라드 솔 재즈 로큰롤 랩 등을 뒤섞는다. 관건은 관객과의 소통이다. 몇몇 곡을 빼고는 귀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그나마 ‘살아있는 음악’도 아니다. 반주뿐 아니라 코러스 상당 부분에 ‘녹음된 음악’(MR)이 흐른다. MR로는 배우와 오케스트라의 호흡 나아가 연기와 조명, 의상, 영상, 춤 등을 포함한 무대 퍼포먼스와 음악의 결합이 주는 생동감과 묘미를 느낄 수 없다. 공들여 만든 대형 창작 뮤지컬이 초연부터 MR을 트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뮤지컬만의 감동을 주려면 볼거리보다는 극적 구성과 음악에 좀 더 신경 써야 했다. 공연은 오는 31일까지, 6만~10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