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락' 예술감독 양방언 씨, "세대 뛰어넘는 우리 음악 축제 만들래요"
국악이 이토록 대중의 열렬한 호응을 끌어낸 적이 있을까. 지난해 19회 공연 중 11회가 매진되며 객석 점유율 90%를 돌파했다. 지난 3일 막을 연 올해 공연도 ‘조율’을 비롯해 10개가 매진됐다. 김수철의 단독콘서트 ‘거장의 재발견’은 관객의 요청으로 시야방해석까지 팔았을 정도다. 국립극장의 ‘여우락(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페스티벌’ 이야기다.

전통음악에 뿌리를 둔 우리 음악 축제 ‘여우락’의 성공에는 양방언 예술감독(53·사진)의 노력이 숨어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예술감독을 맡아 여우락을 총지휘한 그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재일동포 2세인 그는 한·중·일을 오가며 왕성한 음악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다.

“페스티벌을 준비할 때부터 차별성을 갖자고 얘기했어요. 다른 공연장에 가서도 들을 수 있는 뻔한 레퍼토리는 하지 말자고 말이죠. 다른 음악 색깔을 지닌 팀들이 모여 새로운 음악을 만들자는 게 올해의 테마입니다. 관객들이 그 특별함을 알아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그는 국악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다. 하지만 오히려 이 점 때문에 우리 음악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대중에 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 3월 창극 ‘서편제’의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판소리를 들어봤는데 정말 감동적이었다”며 “그때 받은 감동을 관객들에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우락의 음악이 국악을 대중의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탓에 국악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한 생각도 분명하다.

“전통 국악을 하려면 저를 예술감독으로 부르지 않았겠죠. 다만 우리는 국악의 핵심을 존중하고 국악이 대중에 다가갈 수 있도록 가능성을 키워보자는 거예요. 개막식 때 ‘레전드’란 테마로 가야금의 황병기 선생님, 사진작가 배병우 선생님과 셋이서 토크콘서트를 했어요. 황 선생님은 꾸준히 전통음악을 하셨던 분이잖아요. 국악이 아니라고 채찍질하기보단 저희의 실험과 도전을 응원해주셨으면 합니다.”

꽃중년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그는 한국 내 인기가 여느 아이돌 부럽지 않을 정도다. 그가 음악회를 열면 여성팬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든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는 회원 수가 2000명, 1800여명인 팬카페가 있다. 인기 비결을 물었더니 그는 오히려 “그러냐”고 반문했다.

“제가 재일동포 출신이란 점을 의식하기 때문은 아니지만 경계에 서 있는 건 맞는 것 같아요. 그런 신선한 느낌으로 음악을 만드는 점을 좋아해주시는 게 아닐까요.”

그는 27일까지 서울시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여우락’이 끝나면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OST 작업을 하고 중국으로 건너가 인공호수 워터쇼 음악작업을 할 예정. 국내 팬들과는 오는 12월2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공연을 통해 다시 만날 계획이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