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NLL 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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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선 지킬 의지 없었던 건 명백
본질 흐리는 말장난의 NLL정쟁
'北核 용인' 발언 뭐라 변명할 건지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본질 흐리는 말장난의 NLL정쟁
'北核 용인' 발언 뭐라 변명할 건지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2007년 10월 정상회담 대화록 원본이든 녹취파일이든 토씨 하나 빼지 않고 몽땅 까본들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과 진흙판 정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논쟁을 끝내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이 먹힐 리 없다.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선 후보의 배수진에서 보듯 친노(親盧)의 정치 생명이 걸린 일이다. 어떤 내용이라도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서로 양극의 해석으로 맞설 것이다.
이미 밝혀진 회담록 그대로 노 전 대통령의 직설적인 “NLL 포기” 발언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전후 맥락에서 ‘포기’ 의사를 거듭 확인하고, 민주당은 그 단어가 명시되지 않은 데 집착할 수밖에 없다. 하나의 팩트(fact)에서도 유리한 조각만 골라 짜깁기해 정반대의 다른 진실로 둔갑시켜 보고 싶고, 듣고 싶고, 믿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노 전 대통령은 NLL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그에게 NLL은 지켜야 할 가치가 없는, 없애고 싶은 존재였음에 틀림없다.
국가 안보의 생명선인 NLL을 둘러싼 논란이 본질을 벗어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말장난으로 변질된 지는 오래다.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이 쟁점화된 이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과 여당의 대선 활용, 국가정보원의 대화록 공개, 여당과 국정원의 커넥션, 대화록 조작 등의 잇따른 의혹이 제기되면서 꼬리만 남고 몸통은 사라진 채 NLL은 한낱 정치공작의 도구로 전락했다.
남북의 군사대치 상황에서, 더구나 1999년과 2002년 서해교전에서 우리 해군이 피흘리고 목숨 바쳐 지켜낸 NLL을 국군통수권자가 포기했느냐 아니냐의 사실 관계를 따져야 하는 상황의 발단부터 크게 잘못된 일이다. NLL은 결코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릴 사안이 아닐 뿐 아니라, 건드려서는 안되고 건드릴 수 없는 것이 불변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NLL은 60년 전인 1953년 7월 미국이 서두른 정전협정으로 우리와 유엔군이 모두 장악하고 있던 한반도 해역에서 백령도 이남 5도만 뺀 모든 북쪽 해역과 섬들을 되돌려주고 물러난 해상경계선이다. 여기에 북이 1973년부터 시비를 걸기 시작했지만, 국제법적으로 20년 이상 분쟁 없이 경계가 유지됨으로써 이미 ‘응고(凝固)’효력을 갖는 NLL이었다. 그리고 19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정전협정의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으로 명기됐다. 논란의 털끝만한 여지도 없는 우리 영토선인 것이다.
그런데도 노 전 대통령은 이를 부정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상하게 생겨가지고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 “(김정일) 위원장과 인식을 같이하고 NLL은 바꿔야 한다. 영토·헌법 문제가 아니고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다”고 했다. NLL이 무력화되는 순간 서울과 인천·수도권의 안보 재앙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데,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라는 선언적 헌법 조항으로 NLL은 영토선이 아니라는 궤변을 내놓았다. 불가침 영토 경계인 NLL을 지킬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에 대한 다른 해석의 여지는 없다. 그것만으로 ‘영토 보전’을 규정한 국가보위 최고책임자의 헌법적 의무를 방기(放棄)했다.
NLL에 매달리느라 묻히고 있는 심각한 사안은 또 있다. 정상회담 때 김정일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불러 북핵 폐기를 위한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의 후속 이행조치인 ‘10·3 합의’ 내용을 노 전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토록 했다. 김 부상은 신고대상인 ‘핵계획·핵물질·핵시설’프로그램에 대해 “무기화된 정형은 신고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이미 실험까지 거친 핵무기를 감추겠다는 분명한 통고에 노 전 대통령은 “수고하셨다. 현명하게 하셨고 잘하셨다”고 치하했다. 북핵에 대한 실로 믿을 수 없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발언이다. “핵무기를 인정한다”고 직접 말하지 않았으니 북핵을 용인한 게 아니라고 주장할 것인지. 명백한 잘못에 변명이 있을 수 없는 데도 그저 궤변으로 본질을 호도(糊塗)하기에만 바쁘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이미 밝혀진 회담록 그대로 노 전 대통령의 직설적인 “NLL 포기” 발언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전후 맥락에서 ‘포기’ 의사를 거듭 확인하고, 민주당은 그 단어가 명시되지 않은 데 집착할 수밖에 없다. 하나의 팩트(fact)에서도 유리한 조각만 골라 짜깁기해 정반대의 다른 진실로 둔갑시켜 보고 싶고, 듣고 싶고, 믿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노 전 대통령은 NLL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그에게 NLL은 지켜야 할 가치가 없는, 없애고 싶은 존재였음에 틀림없다.
국가 안보의 생명선인 NLL을 둘러싼 논란이 본질을 벗어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말장난으로 변질된 지는 오래다.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이 쟁점화된 이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과 여당의 대선 활용, 국가정보원의 대화록 공개, 여당과 국정원의 커넥션, 대화록 조작 등의 잇따른 의혹이 제기되면서 꼬리만 남고 몸통은 사라진 채 NLL은 한낱 정치공작의 도구로 전락했다.
남북의 군사대치 상황에서, 더구나 1999년과 2002년 서해교전에서 우리 해군이 피흘리고 목숨 바쳐 지켜낸 NLL을 국군통수권자가 포기했느냐 아니냐의 사실 관계를 따져야 하는 상황의 발단부터 크게 잘못된 일이다. NLL은 결코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릴 사안이 아닐 뿐 아니라, 건드려서는 안되고 건드릴 수 없는 것이 불변의 전제이기 때문이다.
NLL은 60년 전인 1953년 7월 미국이 서두른 정전협정으로 우리와 유엔군이 모두 장악하고 있던 한반도 해역에서 백령도 이남 5도만 뺀 모든 북쪽 해역과 섬들을 되돌려주고 물러난 해상경계선이다. 여기에 북이 1973년부터 시비를 걸기 시작했지만, 국제법적으로 20년 이상 분쟁 없이 경계가 유지됨으로써 이미 ‘응고(凝固)’효력을 갖는 NLL이었다. 그리고 1992년의 ‘남북기본합의서’에도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정전협정의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온 구역’으로 명기됐다. 논란의 털끝만한 여지도 없는 우리 영토선인 것이다.
그런데도 노 전 대통령은 이를 부정했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상하게 생겨가지고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 “(김정일) 위원장과 인식을 같이하고 NLL은 바꿔야 한다. 영토·헌법 문제가 아니고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다”고 했다. NLL이 무력화되는 순간 서울과 인천·수도권의 안보 재앙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데,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라는 선언적 헌법 조항으로 NLL은 영토선이 아니라는 궤변을 내놓았다. 불가침 영토 경계인 NLL을 지킬 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에 대한 다른 해석의 여지는 없다. 그것만으로 ‘영토 보전’을 규정한 국가보위 최고책임자의 헌법적 의무를 방기(放棄)했다.
NLL에 매달리느라 묻히고 있는 심각한 사안은 또 있다. 정상회담 때 김정일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불러 북핵 폐기를 위한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의 후속 이행조치인 ‘10·3 합의’ 내용을 노 전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토록 했다. 김 부상은 신고대상인 ‘핵계획·핵물질·핵시설’프로그램에 대해 “무기화된 정형은 신고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이미 실험까지 거친 핵무기를 감추겠다는 분명한 통고에 노 전 대통령은 “수고하셨다. 현명하게 하셨고 잘하셨다”고 치하했다. 북핵에 대한 실로 믿을 수 없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발언이다. “핵무기를 인정한다”고 직접 말하지 않았으니 북핵을 용인한 게 아니라고 주장할 것인지. 명백한 잘못에 변명이 있을 수 없는 데도 그저 궤변으로 본질을 호도(糊塗)하기에만 바쁘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