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구속 등을 놓고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선긋기에 나섰다. 지난 정부와 관련된 사안을 두고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돼선 안된다는 것이 청와대의 시각이다.

감사원이 지난 10일 4대강 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놓자 청와대가 즉각적으로 입장을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 정식으로 얘기를 하겠다”며 “감사 결과가 사실이라면 국민을 속인 것이고,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큰 일”이라고 말했다. 평소처럼 ‘청와대 관계자’로 인용해 달라고 요청하는 대신 “이정현 홍보수석으로 인용해달라”며 입장을 내놨다. 박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법원은 같은 날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원 전 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가 구속 여부에 대해 “원칙대로 할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 전 대통령과 선긋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에 대해 “국정원 스스로 개혁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현 정부와 무관한 일이기 때문에 국정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원전 비리와 관련, “새 정부에 전가할 문제는 아니다”며 “과거 정부에서 왜 해결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밝혀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과 이석준 기획재정부 2차관은 “전 정부에서 과다계상된 세입을 현실에 맞게 정상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이 이런 태도를 보인 것은 지난 정부의 과업까지 떠안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의 원죄가 국정 운영의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 빚진 게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인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은 감사원 감사 결과와 관련, “4대강 살리기는 대운하와 무관하며, 이 전 대통령도 이미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다”며 “4대강 살리기가 본질을 떠나 정치적 논란이 되는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친이명박계인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도 “감사원이 다분히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만한 감사 결과를 내놓아서 당혹스럽다”며 “당치 않은 감사 결과”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은 4대강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태국 물관리 사업 수주에 나선 상황에서 현 정부와 각을 세우지는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도병욱/추가영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