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제한' 기간제 근로자 정규직 전환 12.3% 불과
기간제 근로자의 절반 이상은 약 2년 만에 직장을 옮기거나 일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기간제 근로자 보호법의 ‘사용기간 2년 제한’이 근로자의 고용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가 11일 발표한 ‘고용형태별 근로자 패널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간제 근로자의 52.7%는 2.1년 만에 이직이나 실업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직장으로 옮겨 새로 취업한 사람은 36.5%였으며 6.7%는 실업자가 됐다. 9.4%는 장기간 취직준비, 가사노동 등을 뜻하는 비경제활동 인구가 돼 노동시장을 빠져나갔다. 자발적으로 기존 직장을 그만둔 사람은 61.3%, 비자발적으로 그만둔 사람은 38.7%였다.

기존 직장을 2년 이상 다니고 있는 사람 가운데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람은 12.3%였다. 나머지 86.1%는 명시적으로 전환하지는 않았지만 기간제 근로자보호법 4조 2항에 따라 ‘무기계약직’이 된 것으로 간주되는 사람들이다. 무기계약직은 임금 등 근로조건은 기간제였을 때와 똑같고 계속 고용만 보장받는 고용 형태를 뜻한다.

고용부는 2010년 4월에 기간제 근로자였던 121만5000명 가운데 2만명(표본)을 추적 조사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마지막 추적 조사 시점은 2012년 4월이다.

전문가들은 기간제법의 ‘사용기간 2년 제한’ 조항이 본래 취지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간제법은 ‘일시적으로 필요한 업무에만 기간제 근로자를 쓰라’는 취지에서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2년이 넘으면 상시적·지속적 업무로 간주해 해당 근로자를 무기한 고용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런 계속고용 의무를 피하기 위해 기업이 직·간접적 방법으로 근로자를 내보내게 된다는 것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간제법이 당초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보호는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정규직과의 차별을 없애는 방향으로 하고 기간제한 2년은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