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11일 오전 11시31분

국민연금이 출자하는 국내 블라인드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모집에 외국계 대형 운용사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내고 있다. 블라인드 펀드는 운용사가 투자대상 등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는 데다 매년 총 투자금액의 1%가량을 관리 보수로 받을 수 있어 운용사들이 선호하는 PEF 형태다. 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에쿼티(SC PE), SBI인베스트먼트가 각각 2010년, 2011년에 위탁 운용사로 선정된 데 이어 4000억원 규모의 올해 운용사 모집에도 일본 최대 독립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유니슨캐피탈이 뛰어들었다.

○국내 PEF 시장 노크하는 해외 운용사

[마켓인사이트] 국민연금, PEF운용 '문호개방' 하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이달 중 총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위탁받아 굴릴 3개 운용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운용사별로 1000억~1500억원의 자금이 배정된다. MBK파트너스, 보고펀드, 산업은행PE, 스틱인베스트먼트, KTB PE, 유니슨캐피탈, 이큐파트너스, 디스커버리인베스트먼트 등 8개사가 응모했다.

이 중 유니슨캐피탈은 유일한 외국계 운용사다. 자산 규모는 3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3월 김수민 전 베인&컴퍼니 부사장을 한국법인 대표로 임명하고 본격적인 국내 활동을 시작했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는 해외와 국내로 나눠 집행한다. 해외 대체투자실은 KKR 칼라일 블랙스톤 등 외국계 운용사에 출자하고, 국내 대체투자실은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토종 펀드에 자금을 대고 있다. 유니슨캐피탈이 국내 펀드용 자금의 위탁 운용에 지원한 데는 ‘해외 GP(운용사)는 제안서 접수일 전에 국내 법인이 있을 경우에 한해 지원이 가능하다’는 조항 덕택이다.

○토종 운용사들 “설 자리 잃을라” 우려

외국계 운용사가 국민연금의 국내용 자금을 노리자 토종 PEF 운용사 사이에선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투자 실적이 많은 해외 대형 PEF 운용사들과 경쟁하기엔 토종 운용사의 업력이 짧아 불리하기 때문이다. 국내 PEF 운용사 관계자는 “해외 운용사는 본사의 투자 실적을 활용하기 때문에 토종 운용사와의 경쟁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SBI인베스트먼트가 운용사로 선정될 당시 국민연금은 일본 본사의 실적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운용사의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국내 PEF 시장의 성장을 위해 토종 운용사에 한해 자금을 진행해야 한다는 논리가 맞서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